의학·과학 >

용수철 방향을 바꾸면 장력 강해지고 오래간다



거꾸로 돌려보고, 나사도 풀어보고….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물성을 찾아내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진원지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능금속연구센터. 지금 이곳에선 용수철의 변신, 나사에 숨겨진 기능 재발견 등 우리가 일상에 즐겨 사용하는 물건에 ‘과학의 힘’을 빌려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거꾸로 돌렸더니 강해졌어요

기존 용수철(스프링)보다 당기는 힘이 훨씬 크고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는 용수철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능금속연구센터 지광구 박사는 용수철(스프링)을 감긴 방향 반대로 되감으면 기존 용수철보다 훨씬 큰 장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용수철로 재탄생한다고 13일 밝혔다.

지 박사는 이 기술에 대해 국내와 미국 등에 특허를 출원하고 고기능성 화학소재 생산업체인 ㈜유원컴텍과 초기기술료 1억8000만원과 매출의 3%를 경상기술료로 받기로 하고 기술이전 협정을 체결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수철은 양 끝을 잡아당겨 늘어나는 거리인 ‘변위’에 당기는 힘이 정비례한다. 즉 변위가 크면 강한 수축력이 작용하고 변위가 작으면 수축력도 작아진다. 또 용수철을 늘이지 않으면 수축력도 없다.

지 박사는 이 용수철을 반대로 되감는 단순한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그 결과 반대로 다시 감은 용수철은 변위의 크기와 상관없이 완전히 수축된 상태에서도 상당한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 박사는 “이 기술은 기존 스프링이 감긴 방향을 반대로 바꿔 다시 감는 간단한 방식”이라며 “이번 기술을 적용한 용수철은 교정용, 수술용 기구나 공업용 부품 등에 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스프링을 치열교정기에 사용하면 완전히 수축할 때까지 거의 일정한 힘으로 당겨주기 때문에 교정 중간에 스프링이 약해져 조여줘야 하는 기존 교정기의 불편과 고통을 줄이는 대신 치료기간은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공업용 부품의 소형화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지 박사는 “이 기술이 자동차나 비행기 등 운송기기에 적용하면 부품들이 차지하는 공간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에너지 절감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사 풀었더니 소음이 사라졌다

지 박사는 금속이 마찰하며 발생하는 소음을 줄이는 방법도 고안했다. 이 역시 발상의 전화에서 나왔다.

일반적인 철판은 망치로 때리면 쨍 하는 소리가 난다. 하지만 이 철판에 구멍을 내고 볼트와 너트를 끼우면 소음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볼트와 너트를 강하게 조여놓으면 일반 철판을 때릴 때 나는 소리와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들을 약간만 느슨하게 풀어놓으면 망치로 때려도 소리가 현저하게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지 박사는 “도로를 절단하는 공사현장은 항상 굉음에 시달린다. 하지만 이 기술을 적용하면 굉음을 감소시킬 수 있다”다”며 “기계마다 특성에 맞게 이 원리를 응용하면 소음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발상의 전환으로 찾아낸 기술은 그 적용도 매우 쉽다”며 “앞으로도 복잡한 기술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드는 기술을 만드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economist@fnnews.com이재원기자

■사진설명=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광구 박사가 '역발상 용수철(스프링)'을 선보이고 있다. 일반 용수철을 방향만 바꿔 다시 감은 '개발 용수철'(왼쪽)이 길이도 짧아졌고 힘도 더욱 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