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뇌를 어떻게 만들까” “우리는 무엇에 이끌려 행동을 하게 될까” “영화속의 인공지능 로봇은 언제쯤 나올까.”
이 같은 질문에 답을 줄 세계적인 뇌분야 석학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오는 28일부터 사흘간 서울 광장동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브레인파워, 지식 창조의 힘, 뇌’라는 주제로 ‘월드사이언스포럼 2008 서울’을 개최한다고 27일 밝혔다.
포럼은 지능, 학습, 치매, 인공지능, 의식 등을 주제로 한 5개의 세션과 두개의 기조강연 및 세개의 특별세션 등으로 구성됐으며 국내외 뇌과학 석학 25명이 연사로 참여한다. 세계 석학들의 주옥같은 강연들을 미리 만나보자.
■학습과 기억…유전자로 푼다
제1호 국가과학자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경과학센터 신희섭 박사는 유전자와 뇌, 행동의 연결고리를 찾고 있는 대표적 뇌과학자다.
신 박사는 학습과 기억에 관한 뇌의 반응을 분자, 뇌세포, 뇌회로 수준에서 밝히기 위해 생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을 진행 중이다.
즉, 특정 유전자를 제거한 생쥐들이 일으키는 반응을 관찰해 어떤 유전자가 뇌의 어떤 기능에 관여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은 신경과 신경의 연결부위인 시냅스의 구조 및 기능의 변화, 신경네트워크 기능의 변화 그리고 뇌 시스템 상에서의 변화 등을 다양한 기법을 동원해 이뤄진다.
특히 이번 강연에서 신 박사는 NCX2 유전자 변이 생쥐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신경세포는 자극을 받아 흥분됐을 때 세포내 칼슘이 증가하고 이 칼슘이 다양한 기능을 유도하는데 바로 이 유전자가 신경세포 내 칼슘 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신 박사팀은 이 NCX2 유전자를 제거한 생쥐를 분석해 학습과 기억에 관련해 시냅스의 구조 및 기능의 조절 과정에서 세포내 칼슘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규명한 바 있다.
■기억의 재구성, 갖고싶은 기억만 갖는다
기억은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해주는 요인이다. 하지만 잊고 싶은 기억을 지우지 못해 고통받는 사람은 그의 기억을 일부 없애고 싶을 것이다. 뇌과학자들은 기억이 재구성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면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서울대 생명공학부 강봉균 교수는 신경세포와 신경세포가 만나는 기억 저장소인 ‘시냅스’의 결속이 허물어지면서 기억이 재구성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시냅스가 단단해지는 과정을 통해 기억을 저장하고 이 시냅스를 허물어 기억을 꺼낸 후 이 기억을 다시 저장하려면 또 한번 시냅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
강 교수는 “어떤 정보를 기억할 때는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가 평소보다 더 단단하게 결속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저장된 기억을 다시 끄집어낼 때에는 시냅스를 단단하게 만드는 ‘유비퀴틴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결속이 풀리고 자연스럽게 기억도 되살아나게 된다”고 말했다.
이 때 단백질의 분해를 강제로 억제하면 과거의 기억이 변형되거나 사라지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강 교수는 설명했다. 즉, 과거의 좋은 기억만 되살릴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강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기억을 재구성하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는 과학적인 의미를 지닐 뿐만 아니라 기억을 유지하거나 변형시키는 과정에 응용해 의학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파킨슨병 극복은 가능한가
뇌신경세포의 파괴로 일어나는 파킨슨병은 치매에 이어 두번째로 빈번하게 발병하는 퇴행성 노인질환이지만 아직까지 적확한 발병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다.
KAIST 정종경 교수는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병하는 파킨슨병 연구를 소개한다. 정 교수는 파킨슨병의 핵심 원인 유전자인 ‘파킨’과 ‘핑크1’을 집중 연구했다.
두 유전자는 도파민 뇌신경세포와 근육세포 내에서 ‘미토콘드리아’라는 세포내 소기관의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
정 교수는 이들 유전자가 망가질 경우 급격한 미토콘드리아의 변형 및 파괴로 이어지며 이는 ‘JNK’라는 효소의 활성을 비정상적으로 유도해 세포 사멸을 일으키고 파킨슨병을 유발함을 입증했다. 또 파킨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과발현시킬 경우 핑크1이 망가져 유도되는 모든 파킨슨병 관련 증상을 정상에 가깝게 되돌리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이 두 유전자의 상호작용 과정도 밝혔다.
정 교수는 최근 사람의 도파민 신경세포를 이용한 연구를 통해 이들 유전자의 생체작용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함으로써 보다 상세한 파킨슨병 병리기전을 이해했으며 이를 토대로 현재 파킨슨병 신약 후보물질을 연구 중이다.
■해외석학 초청 토론
'월드사이언스포럼 2008 서울'에는 16명의 해외 석학들이 초청돼 다양한 학문 분야를 소개하고 토론한다.
지난 197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제럴드 에델만 박사는 신경 전달이 어떤 과정을 통해 단일성과 다양성 같은 의식적 경험의 주요한 특성으로 형성되는지를 소개한다. 뇌자도 영상 촬영(MEG)연구에서 얻은 성과들을 의식의 신경과학적 근거를 밝히는 증거로 제시한다.
또 일본 이화학연구소 뇌과학연구소장인 아마리 준이치 박사는 수학적 신경과학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의 세바스찬 승 교수는 '뇌선추적'이란 주제로 강의한다.
기억력분야 기네스북 기록 보유자로 메가마이인드 메모리 트레이닝사의 최고경영자인 에란 카츠는 긴 숫자 외우기 시범 등을 통해 초기억력의 비밀에 대해 강의한다.
특히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뇌' '개미' 등의 저자인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참석해 "상상력이 급변하는 미래 세계를 꿰뚫어볼 수 있게 하고 창조적 대안을 찾아낼 수 있는 힘"이라는 사실을 역설한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정성철 원장은 "급변하는 미래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기술분야가 어떻게 사회적 불확실성을 줄이고 예측가능하도록 도울 수 있는가를 고민하기 위해 이 포럼을 마련했다"면서 "이번 포럼의 주제인 뇌분야는 한국사회의 핵심 이슈인 고령화와 지식화 등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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