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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뿐인 촛불..전쟁터 방불 유혈사태에 자성 확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2개월여 진행되면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유혈충돌이 잇따르자 ‘상처뿐인 촛불’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주말인 28일 밤과 29일 새벽 사이 수만명의 시민이 경찰과 충돌, 부상자가 속출하고 연행자가 이어지면서 “무엇을 위한 촛불이냐”는 개탄이 높아가고 있다.

지난 28일 밤부터 서울광장을 중심으로 전개된 ‘1박2일’ 촛불시위는 지난달 2일 시작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 이후 가장 격렬했다.

6.10 시위 이후 가장 많은 경찰 추산 1만5000명, 주최측 추산 20만명의 시위참가자들은 촛불문화제가 끝난 뒤 거리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을 빚었고 시위대는 밧줄과 쇠줄을 차벽에 묶어 흔들어댔다.

경찰은 이에 맞서 살수차를 동원, 물대포를 발사했고 흥분한 시위대는 깃봉과 우산으로 전경을 공격하고 전경버스 유리창을 모조리 부수는 등 난장판으로 변해갔다.

이어 돌멩이와 물병, 계란, 오물 등이 오간 시위는 경찰이 자정을 지나면서 진압봉을 동원, 강제해산 수위를 높였고 시위대는 쇠파이프와 각목 등을 휘두르며 곳곳에서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측은 아침까지 이어진 거리시위에서 경찰과 시위참가자 400여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50여일간 이어진 촛불시위 이후 가장 많은 부상자가 발생하자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 조차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쇠고기 수입반대를 외치던 평화시위는 사라지고 폭력만 남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촛불시위의 근원지라 할 수 있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사이트와 다음 아고라 토론장에는 이같은 불만들이 29일 하루만 수 십건씩 올라왔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네티즌발언대에 글을 올린 한 40대 주부는 “한 달넘게 꾸준히 참여하고 있지만 점점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는 가족과 일반시민들이 위험하다고 나오기를 꺼리고 있다”며 “어제도 평화적 집회로 끝나면 정말 감동일거라 기대했는데 결과는 참담했는데 오늘은 평화적으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촛불만 키는건 어떨지…”라고 호소했다.

다음(daum) 아고라 토론방의 아이디 ‘Princeps Senatus’는 “원색적인 욕설과 쇠파이프를 함부로 남발하면서 ‘민주주의식의 대화를 이명박 정권측에 요청한다’는 것은 어이없고 이율배반적인 변명”이라며 “촛불시위가 대규모 평화집회로 항구적으로 자리매김하려면 빛나는 촛불에서 초래된 짙은 그림자도 곰곰히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촛불이 시민들의 공감을 얻은 힘은 비폭력 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이라며 “공권력에 대한 대응방식이 날로 폭력화되면서 순수 참가자들이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만큼 폭력시위야말로 촛불을 꺼뜨리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cgapc@fnnews.com최갑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