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기가 될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해 6월 30일 양국이 서명한 이후 1년째 국회에서 낮잠자고 있다.
올해 안에 비준동의안을 처리하겠다는 양국 정부의 굳은 의지에도 불구하고 정치싸움에 휩싸여 아직 그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18대 국회에 한·미 FTA 협정 비준동의안을 제출키로 한 것을 계기로 우리나라 FTA 추진 현황 및 그에 따른 경제영향을 심층 진단한다. <편집자주>
한·미 FTA는 우리 경제성장에 있어서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기대를 안고 이명박 정부도 출범 직후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비롯해 동시다발적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통해 내실 있는 경제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현재 정부는 한·미 FTA를 비롯해서 한·유럽연합(EU) FTA와 한·중, 한·일 FTA 등 주요경제권과 협상을 완료했거나 진행하는 등 성장동력 창출형 FTA 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어 그 성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미 FTA 경제적 실익 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 11개 국책연구기관에 따르면 한·미 FTA가 발효되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0.6% 포인트씩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분석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10년 후인 2018년 국내총생산(GDP)은 약 80조원이 증가하게 된다. FTA로 인한 고용효과 증대는 연평균 3만4000명으로 10년간 34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
한·미 FTA에 따른 경제적 실익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미 관세 철폐로 수입품 가격이 떨어지게 되면 소비자의 선택 폭은 그만큼 확대된다. 이를 10년간 금액으로 환산하면 20조원에 이른다. 연평균 2조원의 소비자 후생이 늘어나는 셈이다.
특히 소비자 생활과 밀접한 부분의 실질적 수혜는 확연하다. 제조업과 농수산업의 가격 하락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연간 6900억원의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된다.
■한·미 FTA로 농업 타격 불가피
한·미 FTA가 모든 경제분야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동전의 양면처럼 FTA에 따른 명암을 우리도 피해갈 수는 없다.
농업과 수산업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미국산 농산물이 대거 수입될 경우 농업부문의 경쟁력 약화는 피할 수 없다.
FTA 체결 후 농업부문 생산감소액은 향후 15년간 총 1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간 수산업 감소액은 42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농업과 수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하지만 제조업은 수혜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자동차는 제조업 전체 수출·생산 증가분의 절반을 차지해 기대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제조업 분야는 한·미 FTA 발효 후 향후 15년간 수출이 연평균 25억4700만달러, 국내 생산은 연평균 5조5324억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자동차 수출은 향후 15년간 연평균 10억8900만달러가 늘어나 제조업 중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관세 철폐 효과만으로도 연평균 11억달러의 대미 수출액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9730개 협상 대상 품목 가운데 94%가 3년내 관세가 철폐된다.
외국인 직접투자 증대와 기술협력에 따른 생산성 증대 효과는 세계시장에서 우리제품과 기술력의 수출 경쟁력을 배가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전기·전자는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컬러TV 등에 대한 미국 관세 철폐로 1조1903억원의 생산 증가가 기대되고 섬유는 미국산 섬유소재 수입가격 하락 효과 등으로 연평균 4846억원 생산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사회가 다원화 국제화되면서 주변국 간 교역과 통상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이 아닌 필요충분 조건이 됐다. 그만큼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증대됐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아직 우리의 통상관련 법제는 개발도상국 시절에 맞춰져 있어 시급한 개정이 요구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걸맞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서의 위상에 상응하는 법제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주변국과 FTA 체결을 위한 정치외교적 노력과 함께 내부적인 역량 구축도 필요한 것으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양국 국회 조속한 비준동의 필요
한·미 양국 경제에 적지 않은 실익을 안겨다 줄 한·미 FTA는 그러나 아직 양국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17대 국회에서 처리를 추진했지만 쇠고기 수입재개에 따른 야당의 반발로 처리 자체가 무위에 그쳤다.
정부는 18대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야당의 등원 거부 등으로 아직 원구성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에다 쇠고기 수입재개에 따른 민심이반으로 한·미 FTA 협상 자체 무효 주장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쪽 상황도 녹록지 않다.
부시 미 대통령이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미 의회에 강력히 요청하고 있지만 유력한 대선후보자인 민주당 버럭 오바마 상원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은 한·미 FTA 자체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기류를 보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한·미 FTA는 한·미 양국 정부가 이미 합의한 것”이라면서 “어떤 수정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임기 중에 한·미 FTA를 통과시키겠다는 약속을 분명히 했다”며 “부시 대통령 정부 재임 중에 FTA가 통과되기를 기대한다”고 미국측을 압박했다.
/sykim@fnnews.com 김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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