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특위는 4일 외교통상부 등 유관 부처를 참석시킨 가운데 가축법 개정여부에 대한 당위성 공방을 벌였지만 상당 부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정을 둘러싼 전·현정권 책임론을 재탕 공방하는 데 치중했다.
한나라당은 참여정부에서 사실상 쇠고기 협상의 큰 틀이 결정됐다는 ‘설거지론’을,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가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전격 합의했다는 ‘정상회담 선물론’을 각각 주장했다.
한나라당 이범래 의원은 질의자료를 통해 “작년 12월17일 권오규 경제부총리 주재 관계부처회의는 사실상 노무현 정부시절 한미 쇠고기 협상의 마지막 회의였다”며 “향후 추진계획까지 만들어졌다는 점은 한국 정부의 최종 입장이 정리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에 목을 맨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구애이며, 오히려 차기 정부의 재협상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따라서 민주당이 ‘이명박 정부가 검역주권을 포기했다’고 공격하는 것은 국민을 기망하는 것을 넘어 희대의 사기극”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반해 민주당 김종률 의원은 미국 렌더링업계(NRA.동물성사료가공업계)가 지난 2월9일 ‘30개월 이상의 연령 구분이 곤란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점을 정부가 인지했음에도 4.18 협상이 이뤄졌음을 거론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에 선물로 바치기 위해 졸속적·굴욕적 협상을 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같은 당 노영민 의원은 지난 2월18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동에서 노 전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전에 쇠고기협상을 타결하지 말 것과 쇠고기 협상과 FTA를 별개로 추진할 것, 쇠고기협상을 미국 요구대로 들어주면 한국의 FTA 비준이 어려워질 것 등을 조언했다고 소개하면서 “선경지명 아니냐”고 비꼬았다.
또 ‘가축법 개정’과 관련, 한나라당은 국제 협상을 국내법으로 제한할 경우 국제통상 마찰이 우려되며 국제재판에서도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반대한 반면 민주당은 쇠고기 장관고시 자체가 국민 건강권과 검역 주권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가축법 개정을 통해 국민 건강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맞섰다.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은 “가축법 개정이 한미간 국제법적 효력까지는 제한하지 못할 것”이라며 “오히려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등 통상마찰 및 무역보복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 김종률 의원은 “국제법상 쇠고기 재협상은 가능하다”며 “또한 검역주권 포기 등을 내용으로 한 위생조건 장관고시는 위헌·위법”이라고 맞받았다.
한편 답변에 나선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가축법 개정에 따른 무역분쟁으로 WTO에 제소될 경우 패소할 가능성’을 묻는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의 질문에 “분쟁이 붙으면 끝까지 디펜드(방어)를 해야겠지만 그 결과는 썩 좋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또 장관고시로 돼있는 미국산 쇠고기 위생조건의 법체계를 둘러싸고 이석연 법제처장과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박덕배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의 해석이 각각 다르게 나와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김재윤 의원의 ‘쇠고기 위생조건은 국민건강과 직결돼 있는 만큼 장관고시가 아니라 대통령령 또는 부령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법제처장은 긍정적 입장을 피력한 반면 김 본부장은 유보적인 입장, 박 차관은 부정적 견해를 각각 내비쳤다.
/haeneni@fnnews.com정인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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