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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급매·경매 나와도 꿈쩍않는 시장



주택시장이 장기 불황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글로벌 금융쇼크까지 겹치면서 집값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양도세 비과세등 세금 규제완화에도 집값은 매주 ‘억 소리’나게 떨어지고 있다. 치솟는 금리로 이자폭탄을 피하기 위한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거래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경제 불안이 계속되면서 투자심리가 갈 수록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입주한 새 아파트 가운데 절반 가량은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이 나온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형성하고 있고 불황에도 끄덕없던 법원경매 시장도 싸늘하게 식고 있다.

부동산뱅크 김용진 본부장은 “재건축 규제·세금완화등 부동산 규제완화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고금리와 대출규제에다 세계적인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면서 “당분간 부동산시장이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건축·버블세븐 지역 8개월째 하락세

“(개포주공단지의 아파트값은) 지난 9월 추석 이전과 비교해 현재 1억원 가격이 떨어졌다”는 강남 개포동 K공인 대표는 “매도자들 중에서는 집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팔아달라며 급급매로 내놓지만 거래가 안돼 집주인들이 망연자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17일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단지는 지난 한 주 동안 시세가 1.35%나 빠졌다. 강남구(-2.34%), 송파구(-1.44%), 강서구(-1.15%) 순으로 하락세가 두드러졌고 강동구와 서초구도 각각 -0.91%와 -0.40%씩 떨어졌다.

강남 개포동 주공1단지 49㎡는 일주일 새 5500만원이 내려 6억9000만원에 물건이 나와있고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115㎡도 이 기간 5000만원 내렸다. 이 아파트 119㎡는 무려 7000만원이 떨어져 13억원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 7일부터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이 공시가격 기준 6억원 초과에서 9억원 초과로 상향 조정됐지만 이 대책의 최대 수혜지역인 ‘버블세븐지역’의 집값은 더 하락폭이 더 커졌다. 급매물은 늘고 있지만 매수세가 없다.

내집마련정보사는 고가주택 과세기준이 9억원으로 상향 조정된 지난 7일 이후부터 17일까지 10일간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값 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수혜지역의 집값이 더 많이 빠졌다고 분석했다. 서울 송파구는 지난 10일동안 집값이 0.14%나 내렸고 경기 용인(-0.35%),서울 서초(-0.33%), 양천 목동(-0.25%),경기 분당(-0.22%),경기 안양 평촌(-0.21%),서울 강남구(0.2%) 등의 순으로 하락폭이 컸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는 이 기간 집값이 3500만원이 떨어져 8억7000만∼9억6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용인과 분당·평촌신도시의 거래는 더욱 얼어붙은 상황이다.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 금호베스트빌3차 171㎡는 무려 5000만원 떨어져 5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왔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럭키공인 관계자는 “매수문의는 있지만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매수자들이 짙은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아파트 웃돈 ‘제로’속출,경매시장도 싸늘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입주가 시작됐거나 입주예정인 아파트 19만3000여가구 가운데 시세가 분양가 수준이거나 마이너스인 단지는 절반 정도인 9만6500여가구로 조사됐다.

현재 시세가 분양가 수준인 것은 중도금 대출이자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프리미엄인 셈이다. 수도권은 7만5364가구 가운데 웃돈이 붙지 않은 아파트는 9475가구로 12.6%를 차지했다. 서울지역에서는 전체 1만9210가구중 12.8%(2461가구), 경기도는 4만4274가구 가운데 13.3%(5890가구)가 웃돈이 안붙었다.

지방은 올해 입주단지 11만7899가구 중 무려 73.9%(8만7078가구)가 웃돈이 붙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매시장도 싸늘하다. 입찰자 수는 갈 수록 줄고 낙찰가율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서초동의 중앙지방법원 경매에서는 입찰개시 20분만에 경매가 마무리됐다.물건은 평소보다 두배(85건) 가량 늘어났지만 입찰자가 22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경매정보업체인 디지털 태인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경매물건의 평균 낙찰가율은 지난 7월 90.1%에서 9월에는 80.2%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평균 응찰자 수는 6.7명에서 5.6명으로 줄었고 낙찰률(입찰건수 대비 낙찰건수)도 36.2%에서 33.2%로 하락했다.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낙찰가율은 지난해 10월 86.7%에서 올해 9월에는 75.11%로 내려앉았다. 특히 송파구는 지난해 9월 112.91%에서 지난 달에는 72.77%로 급락했다.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