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암 진단과 치료에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다공성 나노입자를 100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의 균일한 크기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또 이 다공성 나노입자에 형광물질을 넣어 암이 유발된 생쥐 혈관에 투여, 나노입자가 암 조직에 실제로 축적된다는 사실을 자기공명영상(MRI)과 형광영상 분석으로 확인했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현택환 교수는 중심에 있는 자성 나노입자를 일정한 크기의 구멍들을 가진 다공성 실리카(이산화규소)가 둘러싸고 있는 다공성 나노입자를 50∼100㎚의 균일한 크기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그동안 다공성 나노입자를 이용한 암 진단이나 약물 전달에 사용하기 위한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됐지만 의료용으로 쓸 수 있을 만큼 작은 크기로 균일하게 만드는 것이 어려웠다.
특히 진단용 형광물질이나 치료용 약물을 담아 암 조직에 보내려면 나노입자 크기를 100㎚ 이하로 만들어야 하는데 실리카를 나노입자로 만들면 서로 뭉쳐 200∼300㎚ 정도로 커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현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MRI 조영제로 사용되는 자성 물질인 25㎚ 크기의 산화망간 입자 주위를 다공성 실리카로 코팅하는 방법으로 지름이 50∼100㎚인 다공성 나노입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또 이렇게 만든 다공성 나노입자에 형광염료를 넣어 암에 걸린 쥐의 혈관에 투여하고 2시간 후 MRI를 통해 나노입자들이 암 조직에 축적된 것을 확인했다. 나노입자들은 주사 24시간 후에도 종양에 남아 있었다.
현 교수는 “이 연구는 다공성 나노입자를 효율적으로 제조하고 그 나노입자를 암 진단을 위한 MRI 조영제와 형광 표지 물질로 이용하는 동시에 항암제를 암 조직에 선택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에 개발된 나노입자 제조법은 입자 크기를 50nm부터 100nm까지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며 “앞으로 다기능성 나노 물질을 이용해 암 조직에서의 선택적인 약물방출 등 다양한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앙게반테 캐미(Angewante Chemie)’ 인터넷판(25일자)에 게재됐다.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
■용어
다공성=물질의 내부나 표면에 작은 빈틈이 많이 있는 성질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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