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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法 ‘아버지 유골 임자’ 다툼, 본처소생 장남 勝(종합)

선친의 유해를 모실 권리는 숨질 때까지 40여년간 모신 이복동생이 아니라, 본처 소생 장남에게 있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본처 소생 장남이 제사주재자가 되고 유체·유골의 소유권을 갖는다는 게 판례였으나 선친이 유언으로 묘지를 지정한 경우 장남이 유골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지, 이같은 경우 장남에게 제사주재자의 지위가 인정되는지 논란이 됐다.

대법원 전원재판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20일 본처 소생 장남이 “아버지 최모씨의 유해를 돌려달라”며 이복형제를 상대로 낸 유체인도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제사주재자는 우선적으로 망인의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에 의해 정해져야 하되,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망인의 장남이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협의가 되지 않는 경우 적서를 불문하고 장남 내지 장손자가, 공동상속인들 중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보는 것이 다른 상속인을 제사주재자로 하는 것보다는 사회통념상 상대적으로 정당성이 있고 예측가능성도 확보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새로운 법리를 적용하게 되면 장남이 종손의 지위에서 망인에 대한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판시한 것은 잘못이지만 어차피 망인의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 제사주재자에 관한 협의가 되지 않은 이상 장남이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박시환, 전수안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협의가 되지 않는 경우에는 일반적 의사 결정방법인 공동상속인들의 다수결에 의해 제사주재자를 정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어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란 중대한 질병, 심한 낭비와 방탕한 생활 등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제사를 주재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말하므로 장남에게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판시한 원심은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유체·유골은 분묘와 함께 제사주재자에게 승계되고 망인이 생전에 자신의 유체·유골의 처분방법이나 매장장소를 지정한 경우 그 의사는 존중되어야 하나 이같은 의무는 도의적인 것에 그치고 제사주재자에게 법률적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시환, 전수안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망인의 생전 의사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유체를 처분하는 것은 다른 유족들의 망인에 대한 경애·추모의 정을 훼손하는 행위이므로 자신의 유체·유골의 처분에 관한 망인의 생전 의사에 법률적 구속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안대희, 양창수 대법관도 반대의견에서 “망인이 생전에 자신의 유체·유골의 처분방법이나 매장장소를 결정하는 것은 ‘사후적 인격보호’ 또는 ‘인격권에서 파생되는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의 한내용으로서 사망 후에도 보장되어야 하므로 법률적 구속력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씨는 본처와 사이에 3남3녀를 뒀지만 가출한 뒤 이혼하지 않은 상태로, 다른 여자와 동거하면서 1남2녀를 두고 44년여 동안 함께 살다가 숨졌다.

아버지가 숨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본처 소생 장남은 고인을 선산에 모셔야 한다고 주장, 이복형제를 상대로 유체ㆍ유골을 인도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yccho@fnnews.com조용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