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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지역경제,국가공단은 지금] <3·끝> 구미국가산업단지



【대구=배기재기자】 “그때가 좋았지. 야근이 머꼬. 인자 일 그리워지고 밥 그리울 기라 카이.”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에도 국제 금융위기 후폭풍 우려가 현실로 몰아치고 있다.

구미공단에서 초경량 휴대폰 케이스를 생산, 대기업에 납품하는 A사 김모 사장(58)은 “휴대폰, LCD, PDP 등 구미공단 수출주력 품목은 경기에 민감해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문이 밀려 야간작업을 했지만 지금은 수출 감소로 오히려 조업을 단축한 상태”라며 “몇 달 새 10년은 늙은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김 사장은 “미국 금융위기 및 유럽 실물경기 하락에다 지역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마저 경기 침체에 빠지면 구미 전자부품 중소기업들은 수출이 격감, 심각한 자금난을 겪다 못한 부도기업이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단에서 전자재료 및 아라미드 등 첨단 화학소재를 생산하는 K사 백모 사장(46)은 “세계적인 불황 장기화 전망이 이어져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며 “수출 감소로 생산량이 줄어 조직축소와 함께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백 사장은 “회사가 어렵다는 소문이 나면 은행에서 바로 대출제한 및 자금회수가 들어오기 때문에 겉으로는 ‘문제 없다’고 소문내는 등 ‘벙어리 냉가슴’이 따로 없다”며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회의 때마다 직원들에게 입조심을 시키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구미산단 대기업들도 어렵긴 마찬가지.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은 미국 등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내년 세계 휴대폰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이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데다 LG전자도 지난달부터 가격 하락을 우려, 재고관리를 대폭 강화하고 생산량 축소 등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기업은 신규 또는 재투자를 미뤄 공단 전체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L사 협력업체로 LCD 관련 부품을 생산해 납품하는 A 사장(58)은 “IT산업은 대기업 의존도가 너무 커 중소협력업체에 경기침체 여파가 고스란히 닥친다”며 “지난달부터 사실상 공장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내년 경기가 풀릴 때까지 아예 공장 가동을 멈출 생각”이라고 한숨 쉬었다.

그는 “큰 아들이 올해 서울지역 수시 대입전형에 합격했지만 4년간 등록금이다 하숙비다 걱정이 태산 같다”며 “차라리 서둘러 군대라도 갔으면 좋으려만…”이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kjbae@fnnews.com

■ 사진설명=세계 최고의 첨단 정보기술(IT) 산업도시이자 전자산업단지 허브로 수출을 주도해 온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가 최근 경기침체로 매출감소 및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