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정지원특파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팀에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역임한 로버트 루빈의 ‘수제자’들이 대거 포진하면서 ‘루비노믹스’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루비거노믹스는 루빈 전 재무장관이 추진한 정책기조로 자유무역과 균형예산, 탈규제를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재정적자 감소를 위해 과감히 금리를 낮추고 강달러 유지 정책을 펴내 ‘골디락스(저물가 고성장)’를 이끌어면서 만성적인 미국의 재정적자를 최대 규모의 흑자로 돌려놓기도 했다.
오바마 당선자가 2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발표한 경제팀에는 이같은 ‘부유한 미국’을 대변하던 루비노믹스의 신봉자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이날 재무장관에 내정된 티머시 가이스너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루빈이 재무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재무차관으로 루빈의 옆을 지켰다. 가이스너와 함께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정책을 이끌어 갈 로렌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 내정자도 루빈에게 재무장관 자리를 이어받은 경력이 있다.
그러나 오바마 당선자는 현재 자유무역협정(FTA)에 비판적인 데다 금융위기의 확산을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최소 2년간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재정지출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여서 이들의 루비노믹스는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루빈사단’은 루비노믹스의 원칙에서 새로운 노선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머스 NEC 의장 내정자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를 통해 “재정지출을 크게 확대해야 한다”고 이전의 성향과는 다른 주장을 했다. 이는 재무장관 재임시절 적극적으로 재정적자 감축에 나섰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 동안 루비노믹스를 비판해 온 진보성향 경제정책연구소(EPI)의 이코너미스트 자레드 번스타인은 최근 이같은 ‘진화’와 관련해 “무역수지 불균형과 재정지출 등에 대한 루비노믹스와 나의 관점이 맞아 간다는 점이 놀랍다”면서 “그들이 변화했다”고 말했다.
EPI의 또 다른 이코노미스트인 로버트 커트너 역시 가이스너에 대해 “뉴욕연방은행 총재 시절부터 금융산업 규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달려 들었다”며 현 정부의 “오바마노믹스 기조와 배치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오바마 당선자의 경제팀 인선에 대해 “금융위기를 조장하는데 일조한 인물들을 금융위기 해결사로 재투입했다”고 평가 절하하며 루비노믹스에 대한 경계를 표시했다. 루빈이 재무장관으로 재임하던 시절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간의 벽을 허무는 규제 완화로 현재의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특히 루빈이 현재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파산 직전에서 기사회생한 씨티그룹의 고문으로 재직중이어서 더욱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jjung7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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