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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성 높아진 한국에 투자하세요” 이정환 KRX 이사장



“국내기업 경영에도 재벌 총수가 아니라 투자자인 주주들의 입김이 좀더 세게 작용하고 있다.”

국내 증시를 떠나는 외국인 투자가들을 잡기 위해 증권선물거래소(KRX) 이정환 이사장이 직접 나서 외국 유력지에 기고를 했다. ‘재벌(chaebol)’로 대표되는 밀실경영이나 불투명성 등 국내 기업들에 대한 오해를 풀어달라고 외국인 투자가에게 호소한 것.

외국인 투자가들은 올 들어 코스피시장에서만 35조원이 넘게 팔아치우며 지난해 말 32%를 넘던 외국인 비중도 28%선까지 낮아진 상태.

이 이사장은 월스트리트저널 25일자 칼럼면에 ‘한국에 투자하라(Invest in Korea)’는 기고를 통해 “공무원에서 유권자로,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재벌총수에서 주주들로의 권력 이동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변화들이 과거 20년간 가속화됐다”며 “한국에서도 기업의 목적이 주주이익 환원이라는 개념이 자리를 잡으며 지배구조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설파했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위기에 대처할 경쟁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가들이 우려했던 불투명, 밀실경영도 많이 개선됐다는 것. 이 이사장은 최근 재벌에 대한 사법부의 엄격한 판결과 이전과 달리 주주총회 등에서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하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을 예로 들었다.

이전까지는 한국 경제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이유로 재벌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관대한 판결이 나오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최근 불법혐의 폭로에서 시작됐던 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조사와 판결 과정에서 보듯 재벌 총수에 대해서도 엄정한 잣대를 들이댄다. 형량의 경중을 떠나 당국이 앞으로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충분히 전달됐다는 생각이다.

그는 “한국 기관투자가들이 이전에 재벌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면 이제는 기업이나 총수의 불법에 대해 눈을 감아버리는 그런 행위가 투자 수익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이런 진전들이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을 한층 촉진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식투자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는 국민연금은 올 초 경제범죄로 처벌받은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과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에 대해 ‘주주ㆍ기업가치 훼손’을 이유로 각각 이사선임을 반대한 바 있다.


기업들의 이런 변화와 함께 KRX나 감독당국은 최고 경영진이 횡령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퇴출을 검토할 정도로 관리·감독도 엄격하게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가 한국 증시의 지위를 한 단계 올리기를 주저했던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불투명한 지배구조였지만 지난달 선진시장으로 편입됐고 앞으로 많은 대규모의 펀드들이 한국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 투자가들에 대한 증권거래소 이사장의 호소가 효력을 발휘했던 것일까.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지난달 말 이후 처음으로 1000억원이 넘게 순매수를 기록하며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렸다.

/hug@fnnews.com 안상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