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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채권시장 엑소더스 계속될까?



외국인의 채권시장 엑소더스, 새해에도 지속되나.

지난해에만 6조원 이상의 채권을 팔고 국내채권 시장을 등졌던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새해에도 심상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레버리지가 심했던 유럽 중심의 외국인 채권투자자금 이탈은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게 채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각국 현지에서 유동성 수요가 확대돼 채권을 팔아 이를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국인의 보유잔고도 지난해 6월부터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 2007년 7월부터 2008년 5월까지 외국인의 채권 보유잔고는 46조원으로 폭증했지만 지난해 6월 이후 금리급등에 따른 채권가격 하락으로 채권보유 메리트가 사라지면서 15조2000억원 정도가 급감했다.

물론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 각국의 유동성 확보 수요로 본국에 송환하기 위해 채권을 매각한 자금도 포함된 수치다.

현대증권 신동준 연구원은 “외국인 채권 매도액 중 상당 부분은 만기상환에 의한 이탈이었으며 외국인들이 다시 채권에 투자하기 시작하는 시점인 진입과 이탈시의 채권 만기구간을 감안하면 2009년 말 외국인의 보유채권 잔고는 약 15조∼20조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긍정적인 측면은 일시적인 단기자금 운용에 나선 투자자들과 지나치게 낮아진 선진국 채권금리에 따른 포트폴리오 재편을 준비하는 투자자들,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었던 아시아권의 투자자들이 시장을 받치는 데 일조할 것이란 전망이다. 즉 이들의 국내 채권투자자금의 이탈 속도는 예상보다 완만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SK증권 양진모 연구원은 “문제는 새해 외국인 보유 채권만기가 3월에 3조5000억원, 6월 5조원가량의 물량이 몰려 있어 수급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채무자가 파산하더라도 채권 회수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상품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하락이 전제되지 않는 한 외국인 신규 매수세 유입은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그나마 채권시장안정펀드 도입과 정부의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 등에 힘입어 지난해 말 이후 채권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고무적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투자 기피 대상이었던 회사채물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 여부가 올해 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31일 증권업협회 등에 따르면 만기 3년짜리 국고채 금리와 3년 만기 회사채(AA-등급) 금리 간의 차이(스프레드)는 지난해 12월 10일 4.65%포인트까지 벌어졌지만 지난해 12월 30일 현재 4.31%포인트까지 줄어든 상태다

여기에 금리 차를 노리는 외국계 투자세력이 가세해 AA급 이상의 국내 우량 기업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한다면 신용스프레드가 단기간에 줄어들며 투자 분위기가 활기를 띨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황태연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옥석 가리기가 어느 정도 진행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겠지만 등급이 높은 회사채물의 경우 금리차를 노리는 외국계 달러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회사채 시장에 한 차례 랠리가 펼쳐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기업구조조정 등을 통한 옥석 가리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돼 시장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제거된다면 상위 등급물을 중심으로 신용스프레드가 빠르게 축소되는 랠리가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강두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