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사갈지 궁금하기는 한데 기분은 좀 별로야. 제일 비싼 술 선물세트는 월급으로 한 네잔 정도 마실 수 있겠다.”
최근 술자리를 함께한 친구가 호텔과 백화점업체들이 설 선물세트로 내놓은 초고가 상품을 두고 한 말이다.
그 친구는 “우리랑은 다른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 것 같다”면서 소주 한잔을 입에 털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설을 앞두고 초고가 선물세트가 등장했다.
3500만원짜리 코냑과 3000만원짜리 위스키, 1000만원짜리 와인, 200만원짜리 굴비 등.
이런 상품들은 출시되면서 인터넷 포탈에서는 검색 순위 상위에 오르는 등 바로 화제가 됐다.
초고가 상품을 선보인 호텔 또는 백화점업체들의 의도대로 소비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런 제품들은 출시는 되지만 실제 판매로까지는 연결이 잘 안되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백화점의 경우에는 확보한 초고가 상품을 몇년째 팔지 못하고 반복해서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점에서 유통업체들의 초고가 선물세트 마케팅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한 대형마트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올해 설 선물가격은 지난해 추석때보다 50% 이상 줄이겠다는 소비자가 많았다.
추석에서 설까지의 불과 4개월여 사이에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기업 측면에서는 매출을 위해서는 효율적인 마케팅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요즘은 효율을 먼저 따지기 보다는 선물가격을 줄이는 것을 고민하는 많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마케팅이 더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싶다.
/kks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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