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농성중이던 용산 철거민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철거민과 경찰 등 모두 6명이 사망하고 23명이 부상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한강대로변 재개발지역 4층짜리 건물에서 전날부터 점거농성 중이던 철거민들을 경찰이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숨졌다. 철거민과 경찰 등 부상자들은 용산 중앙대병원과 한강 성심병원 등으로 후송됐으며 철거민 1명은 생명이 위태로운 것으로 알려져 인명피해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날 오전 6시42분 10t짜리 기중기를 이용, 경찰 특공대원들이 타고 있는 컨테이너 박스를 철거민들이 농성중인 건물 옥상으로 끌어올려 본격적인 진압 작전에 돌입했다. 경찰 관계자는 “진압이 시작된지 40여 분만인 7시24분께 철거민들이 옥상에 설치한 5m 높이의 망루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으면서 옥상 전체로 번졌고, 망루는 1분도 안돼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철거민들은 화염병을 만들기 위해 시너병 70여통을 쌓아놓았는데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불이 시너통에 한꺼번에 옮겨붙으면서 폭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5명의 사망자 대부분이 이 과정에서 숨진 것으로 추정되며, 경찰은 이들의 신원을 파악 중이다. 이와 함께 현장에서 경찰 복장의 시신 1구도 발견됐는데 이날 오전 진압 과정에서 실종된 서울지방경찰청 특공대 소속 김모(32) 경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 ‘화염병 VS 과잉진압’ 참사 원인 논란
이번 참사의 원인에 대해 이날 진압작전을 지휘한 백동산 용산경찰서장은 “특공대원들이 컨테이너 박스를 3단으로 쌓아올린 망루 1단에 진입하자 3단에 있던 농성자들이 시너를 통째로 뿌리고 화염병을 던졌다”고 말했다.
백 서장은 농성 이틀 만에 조기 진압작전에 돌입한 이유에 대해서도 “(농성자들이) 새총을 이용 유리구슬ㆍ골프공을 쏘고 화염병을 인접 건물에 던져 화재가 발생하는 등 공공의 안녕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를 계속했다. 더는 불법을 묵과할 수 없어 경력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의 무리한 진압이 화를 불렀다는 지적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철거민들은 전날 새벽부터 건물을 점거한 채 화염병과 새총 등을 이용해 극렬한 시위를 벌여왔던 탓에 이날 새벽 기습적으로 감행된 경찰의 진압작전에 따른 피해는 어떤 식으로든 예견된 일이었다.
경찰 진압을 전후로 철거민들은 극도로 흥분한 상태였지만 경찰은 특공대를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고,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화재에 철거민과 경찰 모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인명피해가 커졌다. 경찰은 진압작전의 효율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새벽시간대에 컨테이너로 특공대를 옥상에 투입하는 고공작전을 감행했지만 화염병과 시너가 가득했던 ‘사생결단’의 시위현장에 대한 사전 대처가 부족하면서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세입자 이전비용 규모 놓고 갈등
철거민 4명이 사망한 서울 용산4구역 재개발 현장은 세입자들의 이전 비용 규모를 놓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일 서울시와 용산구에 따르면 재개발조합 측은 세입자들에게 법적으로 규정된 휴업보상비 3개월분과 주거이전비(집세) 4개월분을 지급한다는 입장이지만 세입자들은 이보다 더 많은 액수를 요구하고 있다.
철거에 반대하는 세입자는 “조합이 지급하는 보상비로는 생계와 주거를 이어갈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상가 세입자들은 대체 상가를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구역은 2006년 4월 20일 구역 지정을 한 뒤 작년 5월 30일 용산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아 그해 7월부터 이주와 철거가 본격화 됐다. 현재 세입자 890명(주거 456명, 영업 434명) 가운데 85.7%인 763명에 대해서는 보상이 완료된 상태다. 따라서 현재 127명의 세입자들이 보상 규모를 놓고 반발하고 있는 셈이다.
이 사업은 용산구 한강로 3가 63-70번지 일대 5만3천441.6㎡에 지하 9층 지상 35층 빌딩을 신축하는 것이다. 연면적은 38만5천429.61㎡ 규모로 주거용 493가구와 함께 업무.판매시설을 짓는다.
삼성물산과 대림, 포스코가 사업자로 구성돼 있다. 용산역세권 개발지역 중 한 곳으로 용산역 맞은 편에 위치해 있으며 주변에는 80% 가까이 철거가 진행된 상태다. 용산구 관계자는 “조합과 세입자간 원만한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중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win5858@fnnews.com김성원 박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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