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하이닉스반도체·대우일렉·대우조선해양 등 주인 없는 기업들이 미운 오리로 전락할 위기에 빠졌다.
21일 금융권과 정치계에 따르면 국내 우량기업 삼성·LG·포스코·SK 등이 어려움에 빠진 국내 부실기업들을 인수하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삼성 등 우량기업들에 다분히 정책적인 차원에서 물에 빠진 기업을 구하러 섣불리 나섰다가 자칫 글로벌경영 위기로 인한 동반 부실을 겪을 수 있다는 부담이 크다.
또한 중대사안의 최종 결정권자인 기업 오너들이 초대형 인수합병(M&A) 사안에 손을 대지 못하거나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도 부정적 이유가 되고 있다.
기업 인수설에 가장 곤혹스런 곳은 국내 재계 1위 삼성이다.
삼성은 최근 중국 상하이차가 경영에서 손을 뗀 쌍용차 인수 시나리오에 휘말리고 있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청와대와 정치권에서 먼저 흘러나왔다.
쌍용차는 1, 2, 3차 협력업체의 종업원 규모가 약 20만명에 달해 부도시 국가경제에 치명타를 날릴 뇌관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가 대표기업인 삼성이 쌍용차를 책임져 주길 일부 정치권은 내심 기대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건희 전 회장이 자동차 산업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건희 전 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물러난 이후 각 계열사별 전문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데다 최근 금융위기 상황에서 적합지 않은 시니리오”라고 못을 박았다.
LG는 수년째 금융권에서 하이닉스 인수 1위 순위 기업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하이닉스의 재계 순위가 18위(지난해 4월기준)로 몸집이 워낙 큰 데다가 반도체산업 불황으로 LG는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해 왔다.
LG 관계자는 “구본무 회장의 의중이 반도체 사업에 대한 미련을 접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이닉스 인수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이닉스 인수 후보로 심심치 않게 거론되는 SK도 반도체 회사 인수에 대한 이사회의 반대가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인수를 포기한 한화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한 차례 나선 우량기업이고 철강과 조선산업의 일원화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
그렇지만 포스코는 한번 인수에 실패한 기업은 다시 거들떠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이구택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임 이후 잔여임기를 채울 최고경영자(CEO)가 중대사안을 결정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이 외에도 최근 연이은 해외 매각에 실패한 국내 3위 가전기업 대우일렉도 동일한 생활가전 사업을 진행 중인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인수에 나서 주길 기대 중이지만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국가경제가 힘들 때만 우량 대기업에 기대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면서 “이전 정권에서도 우량기업이 구조조정중인 기업들을 강압적으로 책임지는 사례가 몇 번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시장 경쟁력이 없는 기업의 인수합병에 대해 이처럼 시장논리가 아닌 정치논리를 편다면 그룹 모기업조차 한순간에 급격히 부실화될 수 있다”며 경제성을 배제한 정치논리가 난무하는 것을 우려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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