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다른 사람의 대화 등을 허락없이 공개할 경우 예외없이 처벌하는 ‘통신비밀보호법’이 국민의 알권리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조한창 부장판사는 ‘안기부 X파일’을 근거로 ‘떡값검사’ 명단을 공개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로 기소된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가 제기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기각했다.
노 대표는 2007년 5월 언론 등을 통해 떡값 검사 명단을 공개한 혐의로 기소되자 “국민의 알권리 등 공익을 위해 불가피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는 경우까지 통비법 16조1항은 타인 간의 대화를 공개하면 무조건 처벌하고 있다”며 2007년 7월 위헌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벌칙 조항인 통비법 제16조 1항은 ‘우편물의 검열, 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거나 그 취득한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에게 7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 대표측은 이학수 삼성그룹 전 부회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간 대화를 불법 도청한 녹취록인 안기부 X파일을 토대로 ‘검찰이 삼성으로부터 지속적인 금품로비를 받아왔다’는 주장을 벌이며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즉, 국민의 알권리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데도 통비법 처벌 조항은 위법성 조각사유가 없어 이러한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통비법도 위법성 조각 사유가 인정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재판부는 “형사범 처벌시 일반법인 형법과 특별법관계인 통비법을 위반해 통신비밀의 공개, 누설행위를 할 경우도 형법이 정한 위법성 조각사유가 적용돼야 할 것”이라며 “그렇게 해석하지 않는다면 ‘통신의 비밀’은 통비법이 예외적으로 정한 몇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한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결국 재판부는 형법 310조가 정한 위법성 조각사유를 적용하더라도 노 대표가 떡값 검사 명단을 공개한 것은 조각사유의 두 가지 요건인 ‘진실성’과 ‘공공성’ 어느 한가지도 해당하지 않아 유죄라는 것이다.
/cgapc@fnnews.com최갑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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