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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 “자통법 돈먹는 하마”

자산운용업계가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뭇매'를 맞는 등 법 시행 초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새 법 시행으로 대규모 비용 추가 발생과 신규 서류 작성 업무 등 업계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감독당국과 업계 사이에서 중재를 해야 할 협회와 회장단이 전혀 제기능을 하지 못한 채 손을 놓고 있다는 질타가 계속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금투협의 적극적인 중재 부족으로 운용사 일부에선 통합조직인 금융투자협회 이전 자산운용협회 시절을 그리워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3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운용사들은 펀드 발행분담금, 자산운용보고서 발송비 등 예전에는 없던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우선 당초 예상치 못했던 펀드 발행분담금은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운용사들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펀드 발행분담금은 기존엔 '수익증권'으로 분류됐던 펀드가 자본시장법에선 주식과 같은 '유가증권'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내야 하는 발행분담금은 펀드 설정액의 0.005%로 1조원이라면 5000만원을 새로 물어야 한다.

이와 함께 기존에는 펀드 순자산에서 빠져나갔던 보고서 발송비용도 이제부턴 운용사 자체 계정에서 지출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분기별로 한 번씩 가입자에게 보내야 하는 보고서 발송비용은 회당 1200원 정도로 1년이면 1인당 4800원이 소요된다. 대형 운용사와 중소형 운용사 모두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A자산운용사 대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비용이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불거지면서 운용사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며 "정 힘들면 운용보수라도 올려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게다가 새 법 시행으로 오는 5월 초까지 제출해야 하는 기존 펀드들의 증권신고서 작성 등 쌓인 업무에 업계 실무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B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증권신고서를 작성하려 해도 표준안이 없어서 변경하기를 수차례 반복하고 있어 지금은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며 "통일된 위험등급 분류 기준도 없고 정식 투자설명서 외에 추가로 만들어야 하는 간이설명서 역시 시간비용 대비 효용성이 전혀 없다"고 질타했다.


이런 상황에서 협회와 회장단이 업계의 현안을 제대로 파악, 감독당국과 조율 등을 통해 자본시장법 시행에 따른 진통을 최소화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C자산운용사 대표는 "자산운용협회 단독으로 있을 때보다 통합된 지금이 업계의 의견공유나 현안전달 측면에서 부족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가뜩이나 운용실적 악화, 투자자 자금 이탈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산운용사들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손길이 그립다"고 말했다.

한편, 금투협 관계자는 "발행분담금의 경우 1년 유예한 뒤 금융당국과 추가 협의를 하기로 했으며 보고서 발송관련 내용도 비용절감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는 등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bada@fnnews.com 김승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