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초등생 남매 피살사건이 친어머니의 범행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에게 내려질 처벌 수위가 주목된다.
자녀 두 명을 살해한 ‘천륜을 저버린’ 범행이라는 점에서 중형이 예상되지만 우울증에 시달렸고 양육이 힘들었던 점 등이 감안되면 다소 선처가 내려질 수도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우선 어머니 이모씨(34)에게 적용되는 죄명은 형법상 ‘살인의 죄’.
이 조항은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여기서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했다면 ‘존속살인’으로 가중 처벌이 되지만 자녀는 ‘비속’에 해당하기 때문에 적용할 수 없다.
또 ‘치욕을 은폐하기위하거나 혹은 도저히 양육할 수 없는 불가피한 이유가 있거나 기타 참작할만한 동기로’ 갓난아기를 살해했다면 좀더 가벼운 처벌이 내려질 수도 있겠으나 숨진 자녀들은 ‘영아’가 아니므로 구성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
아울러 범행 후 강도사건으로 위장하기 위해 숨진 남매를 거실로 옮겨 놓고 가구의 서랍을 열어 옷가지를 흩트려 놓았다고 해도 형법에서 규정하는 증거인멸로 볼 수 없다. 시신을 유기하거나 훼손하지도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인멸의 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없앴을 경우인데 이번 사건은 자기 범행에 대한 허위 신고와 강도 위장이었기 때문에 적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살인 외에 마땅히 적용할 죄명이 없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정확한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이씨가 평소 두통과 불면증 등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증거를 변호인이 확보하고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서 벌어진 극단적인 행동이었다고 결론나면 어느 정도 양형에 참작이 가능하다.
우울증과 생활고로 잠시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으나 자녀를 자신의 손으로 살해한 부모의 고통은 형사적 처벌보다 훨씬 크고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법원이 판단할 수 있다.
울산지법 형사3부는 지난 2006년 잠자던 12세 아들을 태권도 도복 끈으로 목 졸라 숨지게 한 어머니에 대해 “우울증 외에 살해 동기가 없고 양육할 자녀도 두 명이나 있으며 유족들이 선처를 바란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었다.
하지만 이씨와 남편이 모두 일정한 직업이 있는 등 생활이 어렵지 않았고 우울증으로 인한 특별한 치료 과정이 없었을 경우 법원의 선처를 바라기는 힘들다.
대구지법 11형사부는 경마도박 빚과 대출채무 등으로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12세와 8세 자녀 둘을 살해한 아버지에게 “천륜을 저버린 극한적인 행위”라며 징역 10년을 선고한 바 있다.
실제 경찰은 부부의 월수입이 300만원 이상이었으며 이씨가 우울증으로 두 차례 병원을 찾아가기는 했으나 검사만 받고 치료약을 복용하지 않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주장은 우울증이지만 범행 일주일 전부터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수면유도제를 훔쳐 보관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점, 시신이 옮겨지는 동안 현장을 훼손한 점 등도 ‘죄질이 나쁘다’고 여겨질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외국은 우울증이 심한 피의자의 범행은 무죄라고 주장하나 우리는 유교적 성향도 있다”면서 “현재까지 경찰 수사 내용을 보면 중형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우울증은 길게는 몇 일간 계속되기도 하므로 수면유도제를 미리 가지고 있다고 해서 우발적이 아니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면서 “남편이 이씨의 범행을 알고 있으면서 신고하지 않았다고 해도 친족간의 특례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jjw@fnnews.com정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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