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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시대를 가다] (5) 울산 반구대 암각화



【울산=권병석기자】 국보 제285호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물에 잠겨 훼손되고 있으나 관계기관이 보존방안을 놓고 이견을 보이는 등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울산시와 문화재청, 국토해양부 등 관계기관들은 훼손 복구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더 이상의 훼손을 막고 더 나은 상태로 보존할 수 있는지 묘안을 찾지 못해 대안 없는 논쟁만 5년째 되풀이하고 있다.

최근 문화재청은 서울 경복궁 고궁박물관에서 울산시와 국토해양부 관계자, 지역 국회의원 등 암각화 보존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공청회를 열고 국보 지정 이후 15년째 침수와 노출로 훼손이 심해지고 있는 울산의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문화재청은 사연댐 수위를 52m로 낮춰 52∼56m 높이에 위치한 암각화가 침수되는 일을 최소화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문화재청은 반구대 암각화를 단계적인 댐 수위 조절 등으로 물에서 자유롭게 한 뒤 그림 자체만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영위한 집단의 생활공간까지 보존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울산시는 원수 공급부족 우려로 암각화 위쪽과 아래쪽에 제방을 설치해 물길을 바꾸는 ‘터널형 유로 변경안’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물길을 아예 바꿈으로써 암각화를 잠기게 하는 원인인 사연댐의 기능을 유지, 울산지역의 용수난도 해결하고 암각화도 보존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날 공청회는 반구대 암각화를 물속에서 건져내야 한다는 데는 모두 동의했지만 방법론에 있어 서로 입장차를 확인한 채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다만 근본적인 보존대책 수립에 앞서 암각화의 보존강화 처리를 위해 이달 중 이에 대한 타당성 용역을 실시, 단기적인 보존방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같은 논쟁을 되풀이하는 사이에도 암각화의 훼손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사정이 어떻든 간에 하루라도 빨리 암각화를 물에서 건져내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울산시가 제안한 물길을 바꾸는 토목공사는 보존을 위한 임시방편과 고용을 창출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는 이득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인공물 설치로 주변 자연경관을 해치고 관광·문화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어 문화재 전문가들의 강한 반대에 맞닥뜨렸다.

문화재청 한국전통문화학교 김호석 교수는 “반구대 문제는 토목공사를 해서 얻는 이익보다 수위를 낮췄을 때 더 큰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며 “선사 유산은 유일한 것이며 일단 손상되면 원형복구가 불가능한 만큼 우선 저수량을 조절해 수위를 낮춰 보존을 위한 여건을 회복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신석기시대 유적인 반구대 암각화는 사람, 동물, 도구 등 270여점의 암각화가 새겨 있는 세계적 문화유산이다. 그러나 인근 사연댐 때문에 1년 중 140일 가까이 물에 잠기면서 침수와 건조가 반복돼 박리, 변색 등 갖가지 손상이 진행되고 있다.

/bsk730@fnnews.com

■사진설명=선사 문화유적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찾은 관광객들이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는 하류에 건설된 사연댐 때문에 1년에 140일 이상 물에 잠겨 훼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