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발 ‘돼지 인플루엔자(swine influenza·SI)’ 공포가 전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이 질병의 명칭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를 비롯해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와 외신들에서 쓰고 있는 이번 인플루엔자의 공식 명칭은 ‘돼지 인플루엔자(SI)’다. 이는 멕시코에서 SI가 처음 발견됐을 때 국제 보건당국에서 유전자 분석 샘플을 기초로 ‘돼지 인플루엔자’라는 용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SI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 명칭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농림수산식품부는 멕시코 인플루엔자(MI)를 쓰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2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돼지에서 바이스러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돼지 인플루엔자로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국민 보건에 관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에도 돼지 인플루엔자를 멕시코 인플루엔자(MI)로 통일해달라고 협조 요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병율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세계보건기구 등에서 멕시코 인플루엔자(MI)로 명칭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지에 따르면 WHO가 멕시코에서 채취한 샘플을 분석한 결과 SI의 바이러스가 돼지, 조류, 인간에게 모두 반응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전문가들은 돼지를 이번 바이러스의 숙주로 속단할 수 없다며 경계하고 나섰다.
실제로 국제수역사무국(OIE)은 “돼지에서 이번 바이러스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멕시코 인플루엔자(MI)’나 ‘북미 인플루엔자(NI)’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역시 “돼지에서 인체로 전염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강조했으며 유럽연합(EU)의 안도라 바실리오 보건담당 집행위원도 “돼지 인플루엔자는 잘못된 용어”라며 “돼지 사육농가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hjkim01@fnnews.com김학재 유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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