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학기의 마지막 여정, 기말고사가 시작되는 6월 중순이다. 시험기간이 되면 도서관은 시험공부하려는 학생들로 북적거리고 자리를 배정받기 위해 선 줄은 끝없이 이어진다. “개강이 엊그제 같은데…” 학생들은 근심 어린 표정으로 기말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다.
시대가 바뀌어도 시험이 닥치면 ‘족보’를 찾아다니는 대학가 풍경은 그리 많이 바뀌지 않았다. ‘족보’는 대학에서 통용되는 시험 예상문제를 일컫는 은어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달 28일 대학생 68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학생들의 41.1%가 학과시험 때 족보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한 대학생들의 35.6%가 ‘족보가 핵심 파악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지만 ‘단순 주입식으로 창의력이 떨어진다(28.0%)’ ‘똑같이 문제를 내는 교수의 잘못도 있다(21.4%)’ ‘족보 구한 사람만 성적을 잘 받게 돼 불합리하다(15.0%)’는 부정적 견해도 많았다.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지나친 사교육이 고등학교에서 중학교, 초등학교로까지 수위를 넓혀가면서 대학생들의 ‘족보’ 의존 역시 심각해지고 있다.
수치로 계산된 성적 위주의 평가방식은 창의적이고 다양한 사고보다는 학생들에게 시험에 나오는 내용, 점수를 올릴 수 있는 능력에만 집중하도록 부추겼고 이는 사교육 업체들의 긴밀한 대응으로 이어졌다.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분석하고 비판할 능력을 가져야 할 대학생들이 아직도 족보에 연연하는 지금 대학의 시험기간 풍경은 이 같은 해묵은 사교육 열풍의 불량한 열매가 아닐까.
인천시교육청이 지난 14일 초등학생을 상대로 한 학업성취도 평가계획을 발표했다가 일선 교사와 학부모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초등학교 3∼6학년을 대상으로 국어·영어·수학·과학·사회 등 5개 교과목에 대한 학업성취도 평가시험을 시행하겠다는 것. 그러나 교사와 학부모들은 “경쟁교육에 내몰리면서 초등학교 아이들이 밤 10시까지 학원에서 시달리며 꿈을 잃어가고 있다”면서 “획일적인 평가를 통한 서열화보다는 아이들에게 맞는 맞춤형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꿈을 꾸고 뛰어놀아야 할 어린 나이의 초등학생들부터 이제 지성인으로서 사회 진출을 준비해야 할 대학생들까지, 끊임없는 경쟁사회 속에서 원하지 않는 사교육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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