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안정화 조짐에 힘입어 올 들어 강세를 지속하던 세계 주요 증시가 22일(현지시간) 일제히 큰 폭으로 추락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 침체의 늪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증시 역시 상당한 조정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날 미국과 유럽의 주요 증시는 일제히 3% 안팎의 급락세를 기록했다. 증시의 공포심리를 반영하는 변동성(VIX)지수도 이날 하루에만 11% 급등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이 같은 불안감은 세계은행이 이날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급격히 확산됐다.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3월 내놓은 전망치 -1.7%보다 크게 떨어진 -2.9%로 제시했다. 특히 세계은행은 올해 글로벌 무역 감소규모가 당초 예상했던 6.1%보다 더 큰 9.7%에 달할 것으로 예상, 무역급감의 영향으로 세계 각국의 경기침체도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경기 회복의 씨앗이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낙관론을 견지했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이날 미 경제가 침체 이후 소폭 회복한 뒤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을 겪을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라 증시도 상당한 조정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시장의 불안감을 부채질했다.
루비니 교수는 이날 미 경제전문방송 CNBC에 출연해 “급등하는 유가와 상승하기 시작한 장기 금리가 경기 회복세를 억누를 가능성이 있다”면서 “W자 형태의 ‘더블딥’의 위험도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향후 몇 개월 내로 미국의 실업률이 11%에 달할 것”이라면서 “유럽의 실업률도 10% 선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루비니는 아울러 “기업들의 제품수요와 가격결정력이 약화된 가운데 기업들의 이익 전망 역시 밝지 않다”면서 “이를 고려할 때 주식시장이 앞으로 상당한 조정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제예측 전문가 해리 덴트 역시 앞으로 2년 안에 전 세계 주식시장에 더 큰 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해 우려를 더했다.
1990년대 일본의 장기불황과 2000년대 초반 세계 경제의 호황, 지난해 금융위기 등을 정확히 예측해 유명해진 덴트는 이날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금융시스템이 또다시 무너져 내릴 것”이라며 “올 연말이나 내년에는 또 한 번의 주가 폭락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덴트는 “인구 고령화로 인한 소비감소가 경제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세계 경제가 지난 1990년대 초 일본이 겪었던 침체와 비슷한 형태로 둔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지난 3개월간 기업 내부자들의 주식매도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급증한 것도 증시 조정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내부자 주식거래를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인사이더스코어닷컴은 이날 “최근 3개월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252개 업체의 내부자가 총 12억달러에 달하는 주식을 매도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7년 6월 이후 최대 규모로 전문가들은 “지난 3개월간 증시 랠리로 이제는 추가 상승이 힘들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데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yhryu@fnnews.com 유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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