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경상남도의 ‘2009년도 제1회 지방공무원 임용 필기시험’에서 55세의 최고령 합격자가 등장하며 큰 화제가 됐다. 이는 공무원 시험의 응시 상한연령이 폐지된 결과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에 부는 공무원 시험 열기를 보여주는 현상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 서울시 공무원 경쟁률은 171.6대 1을 기록하며 지난해에 비해 2배가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그야말로 공무원 시험 ‘열풍’인 셈이다.
대학가 역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3월 취업·인사포털인 인크루트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17%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답했으며 특히 여학생의 경우 4명당 1명꼴로 공무원직을 희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찾고자 하는 대학생들의 실태를 보여주는 결과다.
학원가가 밀집한 노량진은 방학을 맞아 ‘공시족’으로 불리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로 연일 문전성시다. 서울 소재 여대에 재학 중인 정모양(25)은 방학 때마다 노량진을 찾고 있다. 정양은 “취업 길이 보이지 않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 태반인 것 같다”며 “요즘에는 대학교 저학년 학생들도 간혹 눈에 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학 캠퍼스에는 일찌감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올해 2월 H대학을 졸업한 신모양(24)은 재학 중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신양은 “심각한 취업난과 마땅히 취업할 방향을 잡지 못해 선택한 것이 공무원 시험”이라며 “현재 취업 준비로 골치 아파하는 친구들에 비하면 나은 상황이지만 아무래도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대학생들의 직업 선택에 있어 적성과 사명감보다는 ‘우선은 취직’이 강조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독한 취업난에 어쩔 수 없이 공무원 시험을 택하는 대학생들을 위한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행정인턴’과 같은 대학생들을 위한 취업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로 정책의 수혜를 받는 학생은 매우 적다.
결국 취업 문턱에서 좌절하는 청년들은 앞으로도 계속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공무원 시험 열풍 속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다.
캠퍼스의 도서관에서는 어느새 공무원 입시서적이 차지하는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공무원 시험을 선택한 개인의 결정을 사회적 잣대로만 평가할 수는 없지만 왜 이들이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지에 대한 기성세대의 관심이 요구된다. 어떻게 사는 것보다 어떻게 먹고살아갈 것인가가 더 절실한 요즘 대학생들의 꿈과 이상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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