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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車’ 결국 마주 보고 달리나

경찰이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 진입한 지 4일째 노조 측이 평택공장을 점거 파업한 지 63일째인 23일 양측의 크고 작은 충돌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공장 인근에서 시위용품으로 추정되는 사제총알까지 발견되는 등 극단적인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단절된 쌍용차와 노조의 대화채널을 무조건적으로 재가동, 최악의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극단으로 치닫는 경찰과 노조

경찰이 평택공장 안으로 진입한 지난 20일부터 노조와의 충돌로 경찰 12명, 쌍용차 직원 14명, 노조원 9명 등 모두 30여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진압용 컨테이너박스, 대테러장비인 ‘전자총(테이저건)’, 비닐봉지를 이용한 최루액 등을 사용, 투항을 촉구하며 노조 측을 압박하고 있다. 화염병과 새총 등으로 맞서는 노조 측은 ‘결사항전’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이날 경기지방경찰청은 평택공장 인근에서 화염병, 쇠파이프, 볼트, 너트 외에 지름 1.5㎝의 사제총알 30개를 발견했다고 공개했다 .

현재 경찰은 점거농성 중인 노조원들이 사제총이나 사제(대)포에 사용하려 했는지 여부를 확인 중이다.

앞서 경찰은 용산참사에 투입한 진압용 컨테이너박스와 비닐봉지에 최루액을 넣어 경찰헬기를 동원해 도장공장 옥상 등에 100여개를 살포하는 등 노조 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평택공장 현지에서는 ‘경찰력이 곧 투입된다’ ‘O일 O시에 투입된다’는 식의 근거 없는 소문이 나돌면서 긴장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조건 없는 대화재개만이 공멸 막아”

쌍용차는 노조 측이 최종적·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언제든 대화에 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노조 측은 “노동자만 피해를 볼 수 없다”고 맞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달 8일부터 해고자 신분이 된 노조원들이 처우 문제나 경제적 손실, 생계 문제에 대한 안을 제시할 경우 언제든 대화를 재개한다는 방침이지만 △총고용 보장 △정리해고 철회 △공적자금 투입 등의 주장에 대해서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아직 노조 측으로부터 구체적인 대안 등을 통보받지 못했다”며 “노조 측과 대화채널을 갖고 있지만 공식적인 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노조 측은 “사측이 공식적으로 대화를 요청해 온 적이 없다”며 “노동자만 피해를 봐야 하느냐. ‘함께 살자’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총고용 보장에 대한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노사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공멸을 막기 위해서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폭력이나 공권력에 의한 진압 대신 대화를 통한 타협을 우선시해야 하지만 사측은 노조와의 대화를 전면거부하고 있다”며 “대화 거부로 인한 불행한 사태는 전적으로 정부와 쌍용차의 책임”이라고 비난했다.

평택시 서정동에 거주하는 김모씨(54)는 “모든 일을 순리대로 풀어가야 하는데 서로 고집만 부리는 게 아닌가”라며 “얼굴을 맞대로 서로 조금씩 양보한다는 생각으로 협상을 한다면 인명피해나 재산피해 등이 극히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선우명호 한양대 교수도 “쌍용차 노사 모두 지금 같은 경제상황에서는 고통 없이 생존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junglee@fnnews.com 이정호 김성원 박인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