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김대중 前대통령 서거] 외환위기 이겨낸 ‘DJ노믹스’ 한국경제 체질 바꿨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 가운데 외환위기를 극복한 경제적 업적은 치적으로 평가되지만 이른바 ‘퍼주기식 대북정책’으로 비견되는 ‘햇볕정책’은 두고두고 논란의 빌미를 제공했다.

특히 그의 경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외환위기 환란으로부터 ‘한국호’를 회생시키는데 일조했다.

■외환위기 극복…경제적 유산

국민의 정부는 90년대 말 외환위기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출범했다. 이른바 ‘DJ노믹스’를 시험하는 리트머스지가 됐다.

국민의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30%에 해당하는 157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채권처리와 금융개혁을 진행했다. 강력한 기업 구조조정 정책도 출범 초기부터 추진됐다.

기업부실이 경제위기의 근원이라는 점에서 재벌들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기업지배구조개선, 재무구조개선, 회계투명성 강화 등의 성과를 올렸다. 수많은 부실재벌이 해체된 것이 이즈음이다.

외환위기 당시 39억달러였던 보유액은 1170억달러로 늘었고 경상수지 적자는 900억달러 이상 흑자 전환했으며 6%대의 성장과 2%대의 실업률을 유지했다. 국가 신용등급도 집권초기 ‘B+’에서 ‘A-’까지 회복됐다.

이처럼 과감한 정책집행으로 취임 당시 몰아친 아시아 금융위기의 후폭풍을 다른 국가보다 빨리 극복했을 뿐 아니라 한국 경제구조의 근본적 체질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그의 경제적 성과는 퇴임 후에도 높은 평가를 받아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빅딜’ 정책은 오점으로 기억된다. 민간기업의 사업구조를 정부가 직접 조정함으로써 비효율과 대량 부실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과감한 개혁에 따른 가시적 실적에도 불구하고 파업 발생건수가 과거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부정적인 면도 적지 않았다. 부동산 가격 급등, 사회 전반적인 경쟁심화, 고용불안 등에 따른 국민 부담 가중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은 어두운 단면이다.

■노벨평화상…햇볕정책은 ‘논란’

고 김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햇볕정책’이다. 고 김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북한에 1조48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지원했고 이 같은 노력은 2000년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으로 귀결됐다.

남북 긴장 완화에 대한 그의 공로는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계기가 됐지만 국민의 정부가 북한에 지원한 자금이 북한의 핵개발에 투입된 것으로 의심되면서 두고두고 논란을 남기게 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1년 넘게 극도의 긴장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 정부 시절의 대북지원을 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핵심 정치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 핵심에 서 있던 고 김 전 대통령 역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합의인 ‘6·15공동선언’의 경우도 5억달러 내외의 엄청난 뒷돈을 주고 성사된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것으로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으로 이어지는 10년간 북측에 제공된 천문학적인 액수의 자금을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소하는 ‘평화비용’으로 생각한다 해도 논란은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도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햇볕정책이 한국의 고정되고 경직된 대북 사고방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후대에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sykim@fnnews.com 김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