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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각] 한국 대학의 초라한 성적표/이기훈 대학생명예기자



최근 대만의 고등교육평가인증위원회가 ‘2009년 세계 대학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의 하버드대, 존스홉킨스대, 스탠퍼드대가 상위 1∼3위를 차지한 가운데 한국 대학의 순위는 너무나 낮았다. 한국 대학은 100점 만점에 21.76점을 받은 서울대가 평가 대상 725개 대학 가운데 85위를 기록했다. 이어 연세대(15.04점 · 200위), 고려대(13.39점 · 238위) 순이었다. 이밖에 KAIST(278위), 성균관대(312위), POSTECH(350위), 한양대(384위), 경북대(419위), 부산대(474위)가 500위권 내에 진입했다.

지난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세계 725개 대학 교수진의 논문 편수와 국제학술지 피인용 횟수,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기관 QS의 평가결과를 종합해 매긴 순위다.

이번 평가 결과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무엇일까. 그 동안 끊임 없이 지적된 한국 대학의 국제경쟁력 결여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점일 것이다.

대학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재정 안정성 도모와 국제화를 위한 노력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한 대학의 경쟁력 우위를 보여주는 단적인 요소는 해당 대학의 연구·교육 역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준 높은 교수진과 그들이 내놓는 연구 성과, 배출되는 인재들이 대학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받아든 성적표는 참담하기 그지 없다. 국내 9개 대학 평균 순위 305위.

지난 13일 연세대 상남경영관에서는 ‘대학 교육에 바란다’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려 대학생 40명과 교수 20여명이 참여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와 전국대학교무처장협의회가 주관한 이번 포럼에서 대학생들은 대학 교육에 대한 비판을 주저하지 않았다. 특히 한 대학생은 “꿈꾸고 싶어서 대학에 왔다. 하지만 혼자 꿈꾸고 있는 것 같다. 내 꿈을 동조하고 키워줄 교수는 어디 있는가. 지금 대학은 학생이 꿈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더 타임스가 발표한 세계대학평가 순위에서 한국 대학은 200위권에 세 학교(서울대 50위, KAIST 95위, POSTECH 188위)만이 진입했다. 베이징대를 포함한 6개의 학교가 포함된 중국과 도쿄대, 교토대를 위시한 10개 학교가 포함된 일본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많은 기업이 산학 협력을 기치로 대학에 투자하고 혹은 대학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에 기업 문화가 흡수되기 시작했고 연구·교육 역량 강화보다는 대외적 이미지를 위한 정책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학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재정적 지원 확대 및 대학 브랜드화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학생을 가르치고 성장시켜 어엿한 인재로 키우는 역량보다 우선시 할만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freechen@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