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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무게 못이겨 방향제어 실패



【나로우주센터(고흥)=이재원기자】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과학기술위성 2호를 목표(정상) 궤도에 진입시키지 못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그 원인을 ‘페이로드 페어링(위성보호 덮개) 분리 실패’로 규정하고 26일 나로호 발사 과정에서 촬영한 영상도 공개했다. 한편 나로호의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가 호주에 떨어졌다는 소식이 들어와 항우연이 확인작업에 착수했다.

■궤도진입 왜 실패했나

나로호는 페이로드 페어링 반쪽을 더 달고 우주비행을 진행하다 300㎏에 달하는 무게를 이기지 못해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과학기술위성 2호가 목표 궤도를 돌기 위해선 예정됐던 고도(302㎞)에서 초속 8㎞ 이상의 속도로 2단 킥모터와 분리돼야 한다.

하지만 2단 킥모터는 여전히 붙어있는 페이로드 페어링 반쪽의 영향으로 자세 제어에 실패하며 제대로 날지 못하고 방향이 틀어졌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날아야 하는데 위로 치솟은 것. 2단 킥모터 연소 종료 시 고도는 정상 비행시(302㎞)보다 25㎞ 높은 327㎞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단 킥모터는 또 자체 무게의 4배에 달하는 페이로드 페어링 반쪽을 짊어지고 있어 원하는 속도(초속 8㎞)를 낼 수 없었다. 분리 시 위성 속도는 초속 6.2㎞에 머물렀다. 이런 이유로 과학기술위성 2호는 지구를 돌지 못했고 결국 지구 대기권으로 낙하한 것으로 추정된다.

■위성 찾을 수 있나

한국과 러시아의 기술진의 이 같은 추정이 맞다면 과학기술위성 2호는 낙하하는 과정에서 지구 대기권을 지나며 타버렸을 가능성이 높다. 위성은 초속 5㎞ 이상의 속도에서 낙하할 경우 지구 대기권에서 타버리는데 과학기술위성 2호는 초속 6.2㎞의 속도를 내고 있었다. 또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를 확인할 수 있는 북미 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가 우리 위성체를 확인·등록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위성 낙하를 뒷받침하고 있다.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역시 이날 오전 위성과 교신에 실패했다.

교과부는 이날 호주 다윈시 인근에 미확인 물체가 낙하했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도 공개하며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등과 확인 작업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2단 킥모터나 과학기술위성 2호가 지구 대기권을 지나며 타버렸더라도 내연재를 사용한 부분은 지구에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책임소재 공방 일 듯

현재 한·러 기술진들은 수집된 데이터를 검토하며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발사 실패가 과연 누구의 책임인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러시아와 이번 나로호 발사를 계약하며 2회 발사를 조건으로 했다. 다만 한 번이라도 실패할 경우 1회 추가 발사를 보장받은 상태다.

하지만 이번 사고의 책임이 우리측에 있다고 판명될 경우 러시아는 추가 발사를 하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처럼 페이로드 페어링 분리가 실패 원인이라고 확정될 경우 러시아에 책임을 묻기는 힘든 상황이다.
페이로드 페어링은 국내 기업인 두원중공업과 한화, 한국화이바 등이 참여해 제작했으며 그동안 순수 국내 기술이라고 자랑했던 구성품이다.

하지만 정부는 계약상 러시아가 ‘총괄적인 기술지원’을 하기로 돼있는 만큼 러시아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중현 제2차관은 “한·러 공동조사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해결책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conomist@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