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캠퍼스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산학협력을 추구하는 독립 대학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는 한양대 안산캠퍼스 신임 부총장에 취임한 남태운 교수(63·재료공학)는 개교 30주년 기념행사 준비로 눈코 뜰 새 없다. 설립자 김연준 전 이사장의 동상 제막식을 시작으로 30주년 기념식 및 에리카캠퍼스 선포식, KBS열린음악회, 30주년 기념 홈컴밍데이(사랑漢day) 등을 잇따라 개최하고 있는 것이다.
24일 개교 30주년을 맞아 캠퍼스 이름을 교육·연구·산업의 협력 추구를 의미하는 ‘학·연·산 클러스터(Education Research Industry Cluster@Ansan)’의 약자인 에리카(ERICA)캠퍼스로 바꾼 남 부총장은 “에리카캠퍼스는 실용교육의 강화와 산학협력 활성화를 통해 혁신적인 대학으로 변신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흔히 산업현장과 교육과 연구를 연결시킨다는 의미의 ‘산(産)·학(學)·연(硏)’이 아닌 ‘학(學)·연(硏)·산(産)’을 고집하는 이유는 세 주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공동교육 개발과 상호보완을 통해 최고의 실용 교육환경을 구축하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됐다. 공동 연구개발과 산학협력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에리카캠퍼스 옆에 있는 반월시화공단 입주 기업들의 경쟁력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지난 1981년부터 이곳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으니 에리카캠퍼스의 역사와 함께 한 ‘산증인’인 셈이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는 장화 없이 살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어요. 잡초가 깔린 개펄은 발이 푹푹 빠지는데다가 건물이라곤 달랑 강의동 네 채밖에 없었으니 황량하기 그지 없었죠.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은 상전벽해(桑田碧海·뽕나무 밭이 변하여 푸른 바다가 된다)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아름다운 캠퍼스로 변했어요.”
142만1000㎡(43만평)의 대지에는 28동의 캠퍼스 외에도 LG소재부품연구소(LG이노텍·LG마이크론),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창업보육센터, 경기테크노파크 등과 함께 민간연구기관 1개, 국책연구기관 3개, 중소기업 지원기관 1개, 일반 중소기업 150여 곳이 캠퍼스 안으로 들어왔다. 그야말로 ‘학·연·산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완벽한 인프라가 조성된 것이다.
남 부총장은 “캠퍼스 안에 연구소와 기업이 입주해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교육을 하는 학교, 연구를 하는 연구소,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한 곳에 모여 있음으로써 에리카캠퍼스의 최대 장점인 ‘학·연·산 클러스터’가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고 설명한다.
사실 에리카캠퍼스 옆에는 반월시화공단의 1만2000개 기업이 있다. 에리카캠퍼스의 교수진은 이들 기업에 경영·기술 컨설팅을 해주고 정부로부터 ‘산학협력 중심대학’으로 선정, 지원받은 돈으로 고가의 공용장비를 구입해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중소기업에서 공동활용이 가능한 공용장비는 50여 개에 달한다.
에리카캠퍼스와 지역 기업의 ‘윈윈 전략’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학생들이 재학 중에 일정 기간 기업과 연구소에 파견돼 사무보조·연구보조·생산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현장실습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학생들에게는 현장경험을, 기업들에는 부족한 인력을 공급해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의 최대 장점은 산학협력형 대학으로 체질을 개선해 범 캠퍼스적으로 교육과 연구에서 산학협력체제를 구축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공학교육 혁신을 위해 특성화 전공 프로그램과 공학대학 4학년 전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캡스톤 디자인(창의적 종합설계) 교과목 운영은 공학 분야의 현장적합형 인력 양성 및 대학과 산업체간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공학교육과 연구에서 산학협력이 강화되도록 하는 등 대학의 체질개선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교수들의 산학협력 사업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교수업적 평가시스템의 교육·연구·봉사 영역에 산학협력 관련 항목을 추가했다고 남 부총장은 전한다. 우수한 산업기술인력 양성과 관련된 항목들에 참여한 교수들에게 승진 승급 때 참여점수가 반영될 수 있도록 조치해 교수업적평가시스템을 바꾸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지금은 산학협력형 대학으로서 자리를 잡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숱한 난관도 있었다. ‘산학협력 중심대학’이라는 허울 좋은 구호는 있었지만 실제 벤치마킹할 모델이 없었고 새로운 시도에 대한 대학 구성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교수와 학생들이 힘을 모아 에리카캠퍼스를 한 차원 높게 업그레이드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열정을 쏟아부었기 때문에 산학협력형 대학으로의 체질 개선이 가능했다.
에리카캠퍼스는 지난 2004년 1단계 산학협력 중심대학에 선정된 데 이어 올해 진행된 2단계 사업에도 선정되는 쾌거를 올렸다. 남 부총장은 “2012년까지 산학협력 중심대학 사업을 계속 진행하게 됐는데 지난 5년 동안 진행해온 산학협력 경험을 살려 지역의 중소기업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기업에 실질적으로 유익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고 말한다.
에리카캠퍼스는 산학협력이 강조되다보니 공대 중심의 대학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에리카캠퍼스는 공학교육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게 사실이지만 인문계열 학생들에게도 학·연·산 클러스터 교육과 현장실습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예를 들어 신문방송학과 학생은 언론사에서, 영미언어문화학과 학생은 영어마을에서, 문화콘텐츠학과 학생은 콘텐츠 개발 업체에서 실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별도로 마련돼 있는 것이다.
에리카캠퍼스에는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학·연·산 클러스터 교육프로그램과 다양한 산학협력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체계적인 품질 개선, 원가 절감 및 생산성 향상 기술을 위한 혁신활동, 품질경쟁력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식스시그마 GB(Green Belt) 과정을 가르치는 것도 기업 현장에서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현장교육을 강화하려는 에리카캠퍼스 교수진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남 부총장은 “산학협력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의 취업률이 대학 평균보다 3∼5%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나 현장실습이 취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학에서 무작정 사회나 기업이 요구하는 실용교육을 시킬 수는 없지만 그 대안으로 에리카캠퍼스의 학·연·산 클러스터 교육프로그램이나 산학협력을 기반으로 제공하는 실용교육은 학생들에게 폭넓은 현장경험을 습득케 한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 합니다”고 조언한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의 수장(首長)인 남 부총장. 이립(而立)의 나이에 들어선 에리카캠퍼스를 고부가가치형 산업 창출을 도모해 지역 산업과 학교의 경쟁력을 높이고 ‘안산’이라는 지역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전 세계로 뻗어나가게 하는 것이 꿈이다.
■남태운 부총장은
1946년에 태어난 그는 1969년 한양대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했다.
1975년 한양대 대학원에서 ‘물리야금’으로 공학석사를, 1982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물리야금’으로 공학박사를 취득했다. 전북대를 거쳐 1981년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 부임한 남 부총장은 금속재료공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부총장에 취임한 후에도 학생들의 열화 같은 요청을 받아들여 바쁜 시간을 쪼개 강의하고 있다. 미국 MIT와 도쿄공업대에서 각각 방문교수와 객원교수를 지냈고 한국 주조공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학금속·재료학회 감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