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 대학들의 약대 유치 경쟁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11일 대학가에 따르면 현재 약대 신설계획을 밝힌 대학은 전국 30여곳이다. 각 대학들은 약대 학제가 6년제로 전환되면서 약대가 의·치의학전문대학원처럼 자리잡을 경우 우수한 인재 확보 및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의 경우 학교는 물론 지방자치단체까지 전방위 지원에 나서고 있다.
약대 설립을 추진하는 대학들은 대규모 약대 전용 건물 설립을 비롯해 우수 석학 초빙 등 대학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약대 신설을 위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치열한 경쟁…‘지역·연고 논란’ 등 갈등 ‘첨예’
현재 약대 신설을 둘러싼 경쟁이 가장 심각한 곳은 단연 인천 지역이다. 연세대는 가장 먼저 약대 설립을 위해 출사표를 던졌으나 서울지역 배정이 전혀 없게 되자 약대 신설이 가로막혔다. 연세대는 새로 설치되는 인천 송도국제캠퍼스에 약대 유치 추진에 나섰고 인천지역 대학들이 집단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인천지역의 경우 의대를 갖춘 인하대, 가천의대와 인천의료원 통합을 앞둔 인천대가 약대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여기에 연세대가 일부 학과의 송도캠퍼스 이전까지 앞당기며 유치전에 가세하면서 지역대학과 시민단체, 시의회까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인천지역 대학과 시의회 등은 “지역 연고를 찾을 수 없는 연세대가 지역할당 약학대학 설립에 나서는 것은 지역 대학의 근본을 말살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연세대측은 “내년 3월 인천에 캠퍼스를 정식으로 개교하기 때문에 약대 유치에는 하자가 전혀 없고 지역 소재 대학들이 반대하는 것이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맞섰다.
100명으로 가장 많은 인원이 배정된 경기도의 경쟁 수위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경기지역 약대는 입학정원 65명 규모의 성균관대가 유일했으나 아주대, 중문대, 을지대, 경원대 등을 시작으로 가톨릭대와 한국외대, 동국대, 한양대 등이 최근 약대 신설 경쟁에 뛰어들었다.
충청권에서는 천안캠퍼스에 약대 신설을 추진 중인 단국대를 비롯해 서울, 경기 부천, 천안, 경북 구미 등 전국 4곳에 종합병원을 운영 중인 순천향대·공주대 등이, 대구의 경우 경북대, 계명대, 대구한의대의 경쟁이 치열하다. 경남은 경상대, 인제대, 한국국제대가, 전남에서는 국립대인 목포대와 사립대인 동신대가 맞붙었다.
■대학별 준비상황은
가장 먼저 약대 신설에 나선 연세대는 송도캠퍼스 이전까지 앞당기며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연세대는 지난해 후반기부터 송도국제캠퍼스 약대 설립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세부계획을 수립 중이다. 연세대는 송도캠퍼스에 유치되는 미국 MD앤더슨 전임상연구소와 펜실베이아대(UPenn) 게놈 연구소와 함께 약대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단국대는 국내외 석학 25명을 초청하고 2010년 말까지 천안캠퍼스에 연면적 1만6529㎡(5000평) 규모의 약학관을 신축한다. 또 연구기금 및 장학금으로 활용될 특성화 기금도 조성할 계획이다.
장호성 단국대 총장은 “약학분야를 필두로 한 바이오분야 발전을 위해 학문간 융합은 필수적”이라며 “단국대는 이런 점에서 의학, 치의학, 기초과학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외대는 박철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대기업에서 신약개발 등을 직접 지휘했던 현형환 자연과학대학장을 중심으로 생명공학, 생명화학전공 교수 및 처장 등 10여명으로 구성된 약학대학 설립 추진위원회를 구성, 세부 계획 마련에 돌입했다. 외대는 외대가 가진 강점과 특성인 세계 유명 대학과의 교류·협력체계를 활용, 우리나라 제약산업 및 병원의 국제화, 해외마케팅 등에 기여한다는 복안이다.
동국대는 부속병원이 위치한 경기도 일산 지역에 약대 신설을 추진 중이다. 일산에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 의생명과학캠퍼스를 조성키로 하고 이곳에는 바이오시스템대학 및 의과대학, 한의과대학이 들어설 예정이다.
1000병상 규모의 일산병원(양방+한방) 외에 경기북부 지역병원, 대형 약국 및 제약기업과 실습교육 협약 체결을 진행 중에 있다.
아주대는 경기도내 의과대, 병원, 공과대학 및 자연대학이 연계된 유일한 대학임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인접한 광교테크노벨리의 신약 및 의료기기 분야 연구개발(R&D) 역량과 아주대 임상분야 결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경북대는 정보기술(IT)은 물론 생명공학 분야에서 농생대, 수의과대학, 자연대, 치대 등 관련분야 대학·학과에서 교수 300여명을 보유하고 있어 신설되는 약대와 연계, 첨단의료 복합단지의 성공여부를 결정할 신약개발에 유리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 경북대 칠곡병원 일대에 의·치의학전문대학원과 간호대 등으로 이뤄진 메디컬 타운 조성을 추진 중이다.
■ 정부, 증원 왜 했나? 약대 6년제 전환.. 약사배출 일시적 공백 우려 탓
그동안 약학계의 수차례 약학대학 정원 증원 요청에도 '불가' 입장을 고수했던 정부가 28년 만에 증원을 결정한 것은 약학산업 발전과 약대 6년제 전환에 따른 것이다. 약대 정원은 지난 1982년 이후 1210명으로 동결돼 왔다.
정부가 제약산업을 우리나라 미래성장동력사업의 하나로 육성함에 따라 대학이 약학계에서 활약할 전문 연구인력 양성·배출의 필요성이 커졌다.
특히 올해부터 약대가 4년제에서 6년제로 전환된 것도 주요 이유로 꼽힌다. 국민보건 증진에 기여할 약사양성 교육체제 구축 및 국제기준에 상응하는 국제 수준의 학제를 마련하기 위해 약대가 기존 4년제에서 6년제로 전환됨에 따라 일시적인 약사인력 공백 현상이 예상됐다.
'2+4' 체제는 일반 학부에서 2년 이상의 기초·교양교육을 마친 뒤 4년의 약학 전공 및 실무교육 과정을 이수하는 교육체제다.
즉 대학 학부과정에서 2년 동안 공부한 뒤 약학입문자격시험(PCAT) 등 대학별 선발절차를 거쳐 4년 과정의 약학전공 과정을 밟아야 약사가 될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내년까지 2년간 신입생을 선발하지 못하는 데다 2011학년도부터는 학사편입, 농어촌·외국인 특별전형 등 '정원 외 입학'이 불가능해지는 만큼 일시적인 약사인력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11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20개 약대가 지난 1999년부터 2008년까지 10년간 정원 외로 선발한 학생 수는 평균 141.2명으로, 약대 정원은 사실상 1350명 선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신입생을 선발할 수 없는 2년의 공백은 2700여명의 약사인력 부족으로 이어진다.
보건복지가족부는 2030년까지 약사 공급과 수요체계를 예측, 약사 공급부족분의 균형을 맞춰 증원 규모를 산출하고 현 시·도별 약대 정원을 약사수요를 결정하는 배분 변수(시·도별 인구, 최근 3년간 건강보험 조제건수, 평균 약국수·의약품 제조업체 및 도매상 수의 비중)의 시·도별 비중을 비교해 배분했다고 설명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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