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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영국 과학의 산 현장을 찾아서/ 영국 과학박물관



【런던(영국)=이재원기자】 요즘 과학관에선 보고, 만지고, 느끼는 이른바 체험형 과학전시가 대세다. 전세계 과학관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전시물들로 관람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지에 골몰하고 있다. 이 보다 한가지를 더 고민하는 과학관이 있다. 바로 영국 과학박물관이다. 이곳 전시물들은 여느 과학관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인류 발전에 기여한 과학기술, 오늘날 우리가 알아야 할 과학지식들을 전하는 것이 다른 과학관들과 별 차이가 없다. 다만 관람객들이 과학관을 나서는 순간 ‘영국이 현대 과학기술에 정말 큰 기여를 했구나’라는 생각을 자신도 모르게 느끼게 만드는 것이 다르다. 과학의 주인공을 ‘영국’으로 만들어버린 산 교육의 현장. 영국 과학박물관을 찾았다.

■과학기술 발전 중심엔 영국이

과학관을 들어서면 제일 먼저 ‘증기기관’과 맞주친다. 17세기 말 영국에서 발명된 증기기관이 방적기계에 적용되며 이른바 산업혁명을 이끌었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지만 이곳에선 당시 발명된 증기기관들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증기기관을 지나면 ‘우주’를 주제로 한 전시물들을 접하게 된다. 이곳에선 미국의 달착륙선과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독일이 개발에 성공, 영국을 떨게했던 로켓 ‘V2’의 엔진과 부품들, 허블 우주망원경 등을 볼 수 있다. 여기에 영국이 1971년 개발한 우주발사체 ‘블랙 애로우’가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은 ‘현대 세상을 만든 것들’이다. 이곳엔 1750년 이후부터 발명돼 인류의 삶을 바꾼 다양한 전시물들이 마련돼 있다. 전시물은 너무도 다양하다. 조명과 시계, 피아노와 재봉틀은 물론 1916년 나온 ‘포드 T 모델’, 기차도 있다. 사소해보이는 작은것 부터 커다란것 까지 다 우리 주변에 있는 물건들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한 층을 올라가면 본격적인 체험의 장이 나온다. 예를들어 ‘나는 누구인가’에선 컴퓨터가 묻는 질문에 답하고 실제 기계에 눈을 대보는 등의 체험을 통해 뇌 등 우리 몸의 각 부분을 이해할 수 있가. 또 왜 인간이 유전적으로 우수한지도 경험해볼 수 있다. 이같은 체험 전시는 ‘물질’, ‘우주와 환경’ 등 다른 주제관에도 적용돼 우리가 알고있던 상식들이 얼마나 잘못됐는지을 깨우쳐주면서 새로운 과학지식을 듬뿍 안겨주는데 큰 역할을 한다.

■기업과 정부 후원으로 운영

런던의 대부분 박물관이 그렇듯 이곳도 입장료는 무료다. 입구를 들어서면 ‘기부’ 코너가 눈에 보이는데 3달러를 내든 3파운드를 내든 아니면 내지 않든 자유다.

그럼 이같은 대규모의 박물관은 어떻게 운영될까. 첫번째 해답은 기업에서 찾을 수 있다. ‘현대 세상을 만든 것들’ 코너엔 헤리티지 재단으로부터 후원받았다는 표지판이 걸려있다. 또 ‘물질’ 코너엔 영국철강산업협회의 후원로고가 박혀있다. 하지만 이들이 전시물에 관여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박물관 운영의 일부를 담당하며 어느정도 광고효과만 누리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과학관 운영의 또다른 축은 정부의 지원이다. 영국정부는 매년 500억원 이상의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립과천과학관 전체 운영비의 2배가 넘는 액수다.


이밖에도 런던 과학관은 각종 과학교구와 서적, 완구 등의 판매로 부대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과학박물관(Science Museum)’이라는 자체 브랜드도 있으며 과학관의 전시물을 외부로 대여할 경우 관련된 상품도 함께 판매하기도 한다.

/economist@fnnews.com

■사진설명=영국 과학박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증기기관. 이곳에선 증기기관의 구조와 발전상을 한눈에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