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금융지주와 정책금융공사로 민영화의 첫 걸음을 뗀 산업은행이 대우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통해 지분 보유 기업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수신경쟁에 뛰어들 계획이어서 은행권의 외형경쟁이 개막됐다.
재계 1순위인 삼성그룹을 규모면에서 압도하고 있는 산은금융그룹들이 대기업 지분 등을 보유하고 있는 특혜(?)를 활용해 전방위 영업에 나설 경우 단기간 내 상위권 진입이 가능해 금융업계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8일 산업은행은 현재 전직 시중은행 부행장 출신 등 금융전문가 10여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수신기반 확대를 위한 전략마련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금융계열사 중 지점이 많은 대우증권을 최대한 활용해 산은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한 펀드상품과 프라이빗뱅크(PB)서비스 제공 등을 고려 중이다.
우선 계열사와 기업 CEO를 통한 영업으로 시작하고 점차 일반직원들에까지 기반을 확대하는 한편 향후 직원들의 월급통장과 대출영업 등도 검토대상으로 삼을 계획이다.
산은 금융지주 윤만호 부사장은 “산은법 개정으로 요구불예금, 가계대출 취급이 가능해지면서 은행차원의 외형 확대를 고민하고 있다”며 “산은에 비해 점포가 많은 대우증권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은행내부에 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산은 성장기업본부 신동혁 본부장은 “아직까지 확정된 방안은 아니지만 수신기반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논의 중인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서는 산은이 수신경쟁에 나설 경우 막강한 파워를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의 경우 5개 금융계열사가 122조원(2007년 기준)에 이르는 거대자산을 가지고 있는 데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31.26%)과 STX㈜(옛 쌍용중공업 5.97%), 현대건설(14.69%), 현대상사(22.53%), SK네트웍스(12.55%), 두산중공업(12.54%), 팬택(19.5%) 등 국내 유력기업들의 지분은 물론 일반 중소기업의 주채권은행이다.
산은이 퇴직연금시장에서 강자로 부각된 것도 이들 대기업과의 채무관계로 인해 상당히 유리한 입장에 서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해외 진출이 많은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재보험시장 진출도 고려 중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산은캐피탈에서 취급하는 카드업무의 경쟁력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수신기반 확대를 위해 국내은행 인수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신 본부장은 “기업금융에 특화된 은행이라고는 하지만 영역을 경계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른 은행처럼 똑같은 지점을 가지고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신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외환은행 인수를 놓고 인수 경쟁자인 KB국민은행이 산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수신경쟁을 위해서는 지점과 인력의 보유는 필수적인 사항”이라며“현재 산은의 기반으로는 수신경쟁이 힘들기 때문에 시중은행 인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내년부터 은행인수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toadk@fnnews.com 김주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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