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 차량의 충격으로 부서진 중앙분리대 파편이 다른 차량을 덮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면 도로 시설을 관리하는 기관에도 책임이 있을까.
고속도로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중앙분리대 충돌사고가 원인이 된 ‘2차 피해’를 놓고 1심과 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서울고법 민사10부(재판장 박철 부장판사)는 LIG손해보험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 2005년 3월 정오께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울산 울주군 조일리 지점(부산기점 32.5㎞)을 달리던 박모씨의 코란도 차량이 갑자기 끼어든 차량을 피하려다 도로확장공사 때문에 설치한 이동식 콘크리트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이 충격으로 콘크리트 중앙분리대 일부가 부서지면서 떨어져 나온 파편이 반대편 차선에서 달려오던 승용차를 덮쳐 차에 탔던 2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치는 사고로 이어졌다.
이 사고로 박씨 차량 보험사인 LIG손해보험은 피해자들에게 모두 4억9500여만원을 지급한 뒤 중앙분리대 이탈을 예방하지 않았다며 도로공사를 상대로 보상액의 40%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사고의 선행원인이 되는 박씨의 과실은 고속도로에서 통상 예견될 수 있는 정도의 사고인데도 중앙분리대는 차가 반대 차로로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는 등 제 역할을 다하기는 커녕 충격으로 튕겨나가 피해 자동차를 충격해 사고를 야기했다”며 “이는 중앙분리대의 설치가 새로운 위험을 야기했거나 박씨의 과실과 경합해 피해발생의 중요한 원인이 된 경우”라고 도로공사측에 20%의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수시로 이동 설치가 불가피한 임시 중앙분리대 특성 등을 감안할 때 과속 차량의 충격까지 예견해 설치할 책임은 없다는 상반된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에게 제한속도를 위반해 과속하는 차량들이 (도로확장공사로 설치한) 중앙분리대형 임시방호벽을 충격해 반대편 차로로 콘크리트가 튀어나가게 할 것까지 예상, 완공된 도로에 준해 이를 바닥에 고정시키는 조치까지 취할 것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제한속도 위반 차량이 방호울타리를 충격한 결과 울타리 일부가 반대차로에 튀어나간 것이 사고의 원인이 됐다는 사실만으로는 피고의 도로 설치 또는 보존상 잘못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cgapc@fnnews.com최갑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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