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엔 어떤 우주쇼가 기다리고 있을까.
지난 7월 22일 개기일식이 일어나며 지구촌의 이목이 하늘로 집중됐다. 우리나라도 제주도에선 90%에 가까운 일식 현상을 볼 수 있었으며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도 달이 삼킨 태양을 한껏 감상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우주쇼는 내년에도 계속돼 신비로운 우주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천문연구원 박석재 원장은 6일 “내년에도 다양한 천문현상이 만들어낸 경이로운 장면이 여러번 펼쳐질 것”이라면서 “특히 8월 수성과 금성, 화성, 토성, 달이 한자리에 옹기종기 모이는 광경과 12월에 펼쳐질 개기월식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달이 만든 금반지
1월 15일엔 태양이 달에 가려 금반지처럼 보인다는 금환일식이 일어난다. 금환일식은 일식이 일어날 때 태양의 겉보기 크기가 달의 겉보기 크기보다 클 경우 생긴다. 이번 일식은 아프리카에서 시작돼 인도양을 거쳐 중국 남동부 등에서 관측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해질 무렵 부분일식은 관측이 가능하다. 서울 기준으로 오후 4시41분 시작돼 해가 떨어지는 5시37분까지 남서쪽 하늘이 트인 곳에서 관측하면 최대식분 0.7에 이르는 부분일식을 볼 수 있다.
■소행성 4 베스타 접근
2월 22일엔 소행성 4 베스타(Vesta)가 지구에 다가온다. 1807년 발견된 베스타는 소행성대에서 두 번째로 큰 소행성으로 평균 반지름이 530㎞에 달한다. 베스타는 오후 3시에 지구와 가장 가까워질 예정이다. 이때 지구와 베스타의 거리는 1.41AU(천문단위:태양과 지구의 평균거리)로 약 6등급까지 밝아져 소형 천체망원경으로도 관측할 수 있다. 오후 8시께부터 새벽까지 사자자리에서 찾으면 된다.
■봄철 별자리 찾아봐요
3월엔 봄철 별자리를 찾아보는 재미를 느껴볼 만하다. 봄철 별자리는 북두칠성을 이용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봄철의 대표적 별자리인 큰곰자리의 엉덩이와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북두칠성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별자리다. 손잡이처럼 보이는 세 개의 별을 따라 남쪽으로 약 1.5배 정도 연장하면 주황색으로 빛나는 목동자리의 아크투루스(Arcturus)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남쪽으로 같은 거리만큼 연장해 내려가면 처녀자리의 스피카(Spica)와 만나게 된다. 이 두 별과 먼저 떠오른 사자자리의 데네볼라(Denebola)가 이루는 삼각형이 바로 다른 별자리를 찾는 길잡이가 된다는 ‘봄철 대삼각형’이다.
■4월엔 수성을 찾아보자
4월 9일엔 수성이 태양과 가장 멀리 떨어지는 동방최대이각(19°21′)에 도달한다. 이때가 관측하기 가장 좋은 때다. 수성은 태양과 가장 가까운 궤도를 돌고 있기 때문에 낮과 밤의 경계인 초저녁과 새벽에만 관측할 수 있는데 이날은 초저녁에만 관측이 가능하다. 오후 6시57분에 수성의 고도는 17°에 달하고 밝기도 -0.6등급으로 매우 밝다. 아직 여명이 남아 있지만 수성과 약 3°까지 접근한 금성(-3.9등급)을 활용해 수성찾기에 도전해보자.
■초승달과 금성의 만남
5월 16일 해가 진 서쪽 하늘에선 초승달과 금성이 거의 같은 자리에서 만난다. 초승달은 아주 얇은 눈썹 모양으로 지평선 가까운 부분이 빛나며 달 위쪽으로 밝은 금성이 위치한다. 망원경을 이용하면 한 번에 두 천체를 관측할 수 있다. 5월엔 또 지구가 반사하는 태양빛이 달의 어두운 부분을 밝히는 지구조 현상도 볼 수 있다.
■목성과 천왕성이 다가온다
6월 7일 새벽에는 달과 목성, 천왕성이 동쪽 지평선에서 떠오른다. 새벽 4시에는 목성과 천왕성이 0.5°거리까지 접근, 저배율의 망원경으로 볼 경우 한 시야에서 관측할 수 있다. 26일엔 부분월식이 일어난다. 저녁 5시56분 달이 지구의 반그림자 속에 들어가는 반영월식을 시작으로 7시16분에는 본그림자 속에 들어가는 부분월식이 일어난다. 우리나라의 월출 시간은 저녁 7시55분이므로 월식의 전 과정을 볼 수는 없고 절반 정도 가려진 채 떠오르는 달부터 볼 수 있다.
■여름철 별자리는
7월엔 견우, 직녀와 은하수 얘기를 따라가보자. 독수리자리의 알테어(Altair, 견우)와 거문고자리의 베가(Vega, 직녀) 그리고 백조자리의 데네브(Deneb)가 이루는 직각삼각형이 여름철 별자리를 찾는 길잡이가 된다. 이 세 별은 도심에서도 볼 수 있다. 대표적 여름철 별자리엔 거문고자리(Lyr), 독수리자리(Aql), 백조자리(Cyg), 헤라클레스자리(Her), 땅꾼자리(Oph), 전갈자리(Sco), 궁수자리(Sgr), 방패자리(Sct) 등이 있다.
■천체가 옹기종기
8월 12일 오후 7시29분 해가 서쪽 지평선 아래로 넘어가고 나면 서쪽 하늘에는 수성, 금성, 화성, 토성, 달이 옹기종기 모인다. 고도 10°에서 빛나던 수성(0.6등급)과 초승달은 오후 8시반쯤 서쪽 하늘로 자취를 감추고 고도 20°쯤에서 빛나던 금성(-4.3등급)과 화성(1.5등급), 토성(1.1등급)은 오후 9시까지 그 밝기를 뽐내다 사라진다. 이들은 모두 밝은 천체들인데다 이 같은 현상은 몇년에 한 번씩 오는 것이어서 관심을 가질 만하다. 금성, 화성, 토성은 7°이내에서 관측할 수 있다. 모두 고도가 낮은 곳에 있기 때문에 서쪽 하늘이 트인 곳에서 관측해야 한다.
■목성이 가까이
9월 21일 오전 6시엔 목성이 지난 1987년 이후 가장 가까운 3.954AU까지 접근한다. 이날 저녁 9시엔 -2.5등급의 밝기로 관측돼 해와 달, 금성을 제외하고 가장 밝게 보인다. 같은 날 천왕성도 19.088AU까지 접근해 6.07등급으로 관측이 가능하다. 다음날인 추석에는 보름달과 목성이 약 10°까지 접근하고 천왕성이 목성으로부터 약 0.8°까지 접근하므로 소형 망원경으로도 관측이 가능하다.
■신화속 주인공을 찾아보자
11월에 만나는 가을철 별자리는 신화 속 주인공들이 차지하고 있다. 에티오피아의 왕 세페우스와 왕비 카시오페이아, 공주 안드로메다, 그를 구한 페르세우스 왕자, 괴물고래, 메두사의 피로 만들어진 페가수스가 그 주인공들이다. 그 중 2등성과 3등성으로 이루어진 페가수스가 가을 별자리를 찾는 길잡이가 된다. 네 개의 별 중 북동쪽에 위치하는 2등성의 별은 페가수스자리의 별이 아니라 안드로메다자리의 머리에 해당하는 알페라츠(Alpheratz)로 여기서부터 동쪽으로 이어져 나가는 별자리가 안드로메다에 해당한다. 대표적 가을철 별자리는 세페우스(Cep), 카시오페이아(Cas), 안드로메다(And), 페르세우스(Per), 페가수스(Peg) 등이다.
■달이 사라진다.
12월 21일은 밝은 보름달이 뜨는 날이지만 이날 보름달은 지구 그림자에 가려져 그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다. 바로 개기월식이 진행되는 것. 이날 달은 오후 5시12분 뜨는데 이미 동쪽 지평선 아래에서부터 개기월식이 시작돼 5시53분까지 지구 그림자 속에 숨어 있다. 이후 서서히 부분식이 진행되면서 달이 제 모습을 드러내고 오후 7시께 보름달의 모습을 갖춘다. 그러나 이때의 달도 지구 반그림자 속에 있기 때문에 실제 달의 밝기보다는 좀 어두워진 상태며 오후 8시6분이 돼서야 제 밝기를 찾게 된다.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
■사진설명= (왼쪽)2010년 1월 15일. 겉보기 크기가 태양보다 작은달이 태양을 가리며 금반지 모양의 금환일식이 일어난다. (오른쪽)2010년 9월 21일. 목성이 지구 가까이 접근한다. 오후 9시엔 해와 달, 금성을 제외하곤 목성이 가장 밝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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