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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전공학부 ‘빛좋은 개살구?’



대학들이 최고 인재 양성을 목표로 야심차게 도입한 자유전공학부에 대해 학생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올해 입시에서 경쟁률이 크게 하락하는 등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으로 법학전공 신입생 모집이 중단되면서 또 다른 최고학부를 목표로 지난해부터 신설된 자유전공학부는 정해진 전공 없이 입학, 다양한 학문을 경험하고 자신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됐다. 특히 각 대학들은 최고 수준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장학금, 기숙사 배정, 유학비 등 각종 지원 등을 약속한데다 로스쿨 진학 등에 유리하다는 점 등을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자유전공학부가 신설된 지 1년째인 현재 학생들은 ‘특정 학과 선택을 권유하는 등 사실상 도입 취지 상실’ ‘정체성 정립 부족’ ‘이해도 부족’ 등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29일 대학가에 따르면 ‘학생 스스로에게 다양한 학문을 접하도록 하고 전공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자유전공학부의 전제가 실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대 H군(21·자유전공)은 “입학하자마자 법대 후신임을 강조하면서 고시나 로스쿨 준비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자유전공에 대한 이해도 부족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연세대 자유전공학부 K씨는 “같은 학부 친구들 중 경영학과 지망생이 많다”며 “졸업 후 취업 등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 때문에 경영학과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상당수 자유전공 재학생이 입학하기 전부터 경영·경제를 우선 고려해 사실상 인기학과로 가기 위한 예비과정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다.

학교 측의 자유전공에 대한 정체성 정립 부족도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성균관대 자유전공학부 P씨(20)는 “법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로스쿨이 생기면서 전공학과가 없어져 자유전공을 지원했다”며 “처음에는 로스쿨을 지망하기 때문에 괜찮은 학과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정해진 학문 분야가 없다는 점에서) 불안한 면이 많다”고 털어놨다.

졸업 후 받게 되는 학사 학위 명칭도 문제로 지적됐다. 서울대의 경우 ‘학생설계전공’ 성균관대 ‘자유전공학사’ 한국외대 ‘사회과학학사’ 고려대 ‘자유전공학부’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등 식이다. 모 대학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용자 B씨는 “서울 한 대학의 경우 자유전공은 자유선택권이 없을 뿐만 아니라 1학년에서 4학년까지 자유전공학부 소속으로 졸업할 때는 듣도 보도 못한 학위를 받는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와 관련, 일선 고교 A교사는 “자유전공이 설치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아 어느 정도 혼선은 예견된 일이지만 뚜렷한 문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게 더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편 올해 대입에서 각 대학의 자유전공 경쟁률은 전반적으로 하락세였다. 서울대 자유전공(인문)은 지난해 5.93대 1에서 올해 4.89대 1을 기록했고 성균관대 자유전공(인문 ‘가’군)은 지난해 6.3대 1에서 5대 1로, 연세대 자유전공은 지난해 7.47대 1에서 4.88대 1로 떨어졌다.

/freechen@fnnews.com 이기훈 대학생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