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강일선 특파원】 닷컴 붐에서 대공황 이후 최악의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이르기까지 온갖 격변 속에 21세기 첫 10년이 종언을 고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지는 28일(현지시간) 1990년대 이후 전 세계를 풍미한 자신감의 역사적 시대가 공포로 마감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는 ‘대평온의 시대’로 공산국가들이 해체되어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 합류하면서 지난 1880년대 말 이후 ‘제2의 글로벌 황금시대’가 정착됐다.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로 세계 경제가 일시적으로 위협을 받았으나 그 후 강한 신뢰감이 세계 경제에 자리잡게 됐다.
지난 10년 동안 세계에는 크고 작은 사건이 많았다. 1990년대 말에는 컴퓨터 망이 일시에 마비될 것이라는 ‘Y2K’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고조시키기도 했으나 정작 컴퓨터 분야에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2000년 초엔 하이테크와 정보기술(IT) 산업의 발달로 닷컴산업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지만 버블 붕괴로 세계적인 위기의 단초를 맛보기도 했다. 이어 터진 9·11 테러사태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를 크게 위협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경제회생을 위해 금리인하를 강행했고 이는 부동산 버블을 키우는 부작용을 나았다.
주택과 부동산 값이 전 세계적으로 폭등하던 지난 2006년 9월 7일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인 누리엘 루비니 박사는 “전대미문의 주택 버블의 붕괴가 금융시스템의 문제로 확산될 것이다. 서브프라임 대출은행으로부터 시작해 다른 은행들로 확산될 것이며 종국에는 전 세계로 번지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몇 해가 지나 세계 경제는 루비니 교수가 제시한 시나리오대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으로 불리는 이번 글로벌 경기침체 동안 모든 산업과 금융이 붕괴됐다. 모기지 사태는 대규모 주택차압과 금융부실로 이어지고 모기지담보채권(MBS)과 유동화증권(CDO)의 부도를 양산했다. 금융산업이 붕괴되는 금융위기 1단계를 거쳐 다음엔 자동차 등 제조업과 서비스 등 일반 산업분야로 확대됐다.
이런 가운데 조류인플루엔자와 신종플루 등 새로운 전염병의 창궐로 세계는 시름에 빠지게 됐다. 지난해엔 극심한 식량위기까지 겹쳐 수십개 국가에서 식량폭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세계 각국 정부의 공조로 경제위기가 어느 정도 가시고 있지만 아직 낙관은커녕 안도하기에도 이르다.
강한 신뢰감으로 출발했던 21세기 첫 10년은 공포감만 남긴 채 서서히 막을 내려가고 있다.
우리는 이제 세계 각국의 정부와 감독기관, 중앙은행들이 어떻게 세계 경제를 운영해 나갈지 확신하지 못하고 이들에 대한 신뢰감을 상실한 채 새로운 10년을 맞고 있다. 냉전 이후 세계를 지배해 온 금융자본주의는 이미 산산이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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