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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UP KOREA] 우주기술·핵융합등 파급효과 막대.. ‘미래 보증수표’



#1. 2025년. 대한민국 온 국민의 이목이 우주에 집중됐다. 전 국민들은 한국의 첫 달착륙선 ‘래빗호(가칭)’가 무사히 달에 착륙해 달에 태극기를 꽂는 순간을 TV를 통해 시청했다. 이제 우리도 우주선진국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다음 목표는 화성이다.

#2. 2035년. 남태평양 마이크로네시아에 위치한 대한민국 광구에서 ‘망간단괴’가 쏟아져 나왔다. 이 돌덩어리 속에는 망간은 물론 니켈, 코발트, 철, 구리, 아연 등이 포함돼 있다. 다양한 생물자원도 발견되는 중이다. 얼마전 발견된 박테리아는 항암치료효과가 높은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3. 2045년. 남극이 분주하다. 남극의 이용가치가 높아지며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진 것. 다행히 50여년전 이곳에 세종기지를 건설한 우리나라는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한 상태다. 지금 이곳엔 우리 민간기업들도 진출해있다. 건물마다 펄럭이는 태극기가 우리의 위상을 증명한다.

#4. 2055년. 서울 하늘이 몰라보게 맑다. 청정에너지원인 핵융합 에너지가 보편화되며 화석연료 사용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위를 다투는 핵융합 선진국이다. 올 해 발전소 건설 수주금액만 1조달러가 넘었다. 핵융합은 앞으로 수십년간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1등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21세기 말 경제대국은 무엇으로 판가름이 날 까…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주력산업들이 21세기 초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미래성장동력에 대한 고민도 한층 깊어지고 있다.

시대가 변하며 새로운 기술들이 등장하고 이러한 기술혁신들이 세계 경제 판도를 뒤바꾼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기 때문.

이런 가운데 선진국들은 ‘거대과학’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국책연구기관들을 중심으로 우주, 핵융합 등 거대과학 분야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또 정부도 지난 2007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거대기술전문위원회를 설치하고 거대과학 본격 육성에 나섰다.

■왜 거대과학인가

메가 사이언스(Mega Science) 또는 빅 사이언스(Big Science)라고 불리는 거대과학에 대한 연구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고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개인이나 기업이 하기 힘든, 다시말해 규모가 큰 연구를 말한다. 그래서 거대과학은 실패 위험도 크고 대신 과실도 크다.

그럼 왜 이처럼 성공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연구에 긴 시간, 많은 돈을 들여 투자를 감행해야 하는가.

초기 거대과학 연구는 주로 군사적 목적에서 이뤄졌다. 원자폭탄이나 대륙간 탄도탄 개발 등이 20세기 초 대표적인 거대과학 연구였고 이것을 기반으로 미국과 소련이 본격적인 우주경쟁을 시작했다. 이후 냉전시대가 종식되며 거대과학은 쇠퇴하고 기업을 중심으로 한 상업적 연구들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환경과 에너지, 질병 등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다시 거대과학을 시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거대과학은 많은 돈과 인력, 시간을 들이는 만큼 기초과학의 획기적 발전을 가져오는 장점이 있다. 또 기존 산업기술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동시에 신산업을 창출함으로써 세계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밖에도 거대과학은 국가위상을 높여주는 역할도 해 선진국들의 경우 그에 걸맞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거대과학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거대과학의 범주에는 우주, 핵융합, 극지와 해양연구, 생명과학 등은 물론 가속기나 연구용원자로 같은 대형 기초과학 장비들, 차세대 정보통신 기술들도 포함돼 있다.

■우리 거대과학에 세계가 주목

우리나라도 최근 다양한 거대과학 연구에서 결실을 맺고 있다.

먼저 우주기술의 경우 위성체 기술은 이미 상당부분 확보한 상태다. 우리나라는 민간분야에서 소형인공위성을 말레이시아와 두바이에 수출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중대형위성 기술자립화에도 나섰다. 발사체 분야의 경우 아직 선진국에 비해 뒤쳐진 것이 사실이지만 지난해 나로우주센터를 준공하고 나로호를 발사하는 등 상당한 경험을 쌓았다는 평가다.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달 궤도선, 2025년엔 달 착륙선을 쏘아올린다는 계획을 갖고있다.

핵융합 연구도 주목받고 있다. 핵 분열을 이용하는 원자력과 반대로 핵 융합시 나오는 열을 이용하는 핵융합 발전은 연료로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방사능 오염 위험도 없어 차세대 청정 에너지라 불린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지난해 차세대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에서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플라스마 발생실험 결과를 선보이며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특히 KSTAR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들이 공동으로 구축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와 가장 가까운 모델이어서 앞으로 우리가 세계의 기술을 주도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핵융합 발전은 2050년께 상용화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극지와 해양 연구에도 상당한 투자를 하고있다. 정부는 남극에 제2세종기지를 건설할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며 지난해에는 극지 연구에 필수 장비인 쇄빙선 ‘아라온호’도 진수했다. 지난해 12월 출항한 아라온호는 이달 말께 남극대륙 제2기지 건설 후보지인 케이프 벅스에 도착해 정밀 탐사를 벌일 예정이다. 해양 분야에선 조력·조류·파력발전 등 바닷물을 이용한 에너지 개발에서부터 기후변화 대응기술, 공해상의 심해저 자원 탐사 등의 분야에서 최근 연구가 활발하다.

이밖에도 대형연구장비를 활용한 거대과학도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12월 연구용 원자로 첫 수출에 성공한 ‘하나로’는 올 해 나노수준의 연구를 가능케 하는 냉중성자 실험장치를 완공할 예정이다. 또 포항방사광 가속기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설치될 예정인 중이온 가속기 등도 수준높은 기초과학 연구를 가능케 할 대형 장비로 주목받고 있다.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

■사진설명= 지난해 9월 대전 국가핵융합연구소에 설치돼 가동중인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 'KSTAR'. 에너지 자립을 넘어 한국을 핵융합에너지 수출국으로 자리매김시키기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되면서 '한국의 태양'이라고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