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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헤어진 아들 정일씨 찾는 아버지 전기오씨



“다 부질 없는 짓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우리 아들이 지금쯤 얼마나 훌륭하게 컸을지 상상해요. 사람 마음이란 게 참 우습네요.”

20년 전 아들 전정일씨(현재 나이 22)를 잃어버린 아버지 전기오씨는 체념한 듯 말했다. 하반신 마비로 지체장애 판정을 받은 그는 거동이 자유롭지 않아 늘 집안 신세다. 아들이 사라진 그 날도 전기오씨는 방안에 있었다. 여느 때처럼 아내는 남편 대신 농사를 지으러 나갔고 아들 정일씨는 집 앞에서 놀고 있었다.

“당시 아이가 2세였습니다. 엄마, 아빠란 말을 겨우 할 때죠. 간혹 동네 노인들이 놀아주기도 했지만 대개는 혼자였습니다.”

전남 곡성군 옥과면에 위치한 그의 집은 낮은 산 끝자락에 자리잡은 한적한 동네였다. 산세가 험한 것은 아니지만 계곡과 등성이가 이어져 있어 자칫 아이가 혼자 산에 들어갔다면 사고를 당했을 위험도 크다.

“그날 오후 5시쯤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경찰서에 신고를 한 뒤 온 동네 사람들이 나와 아이를 찾았죠. 마을에 있는 용한 무당에게 굿도 했습니다. 별 소득은 없었지만….”

정일씨가 사라진 날은 1990년 12월 14일. 매서운 추위가 찾아올 즈음이었다. 오후 3시쯤 아이를 봤다는 제보 한 건을 제외하곤 작은 정보조차 입수된 적이 없다. 3년 전에는 경남 마산 등지에서 아들로 추정되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갔다. 하지만 그는 단박에 ‘아들이 아니다’라고 돌아섰다.

“아이 얼굴이 많이 변했겠지만 저는 딱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귀 모양이 남들과 달랐거든요. 귓바퀴가 울퉁불퉁하달까요. 말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귀만 보고 전 제 아이를 가릴 수 있어요.”

이 사건으로 그의 아내는 큰 충격을 받아 심각한 건망증에 걸렸다. 지금도 일상 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기억력이 떨어진다. 기초수급자로 생계를 이어가는 전씨 역시 신체적인 고통과 마음의 불안을 함께 겪고 있다.

“모두 제 탓이죠. 형편이 어려워 집사람이 바구니 장사를 했습니다. 그런 아내를 두고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았어요. 잃어버린 우리 아들이 남의 자식이고 결국 친부가 데려갔다는 둥…. 그래서 아내와는 아들 이야기를 잘 안합니다.”

그는 누군가 자신의 아들을 데려갔거나 산 속에 들어갔다 변을 당했을 거라 추측한다.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였지만 기질이 활달하고 씩씩해 큰 인물이 됐을 것이란 이야기도 덧붙인다. 하지만 이내 ‘놓친 고기가 더 커 보이는 법인가…’라고 탄식하며 헛웃음을 짓는다.

전기오씨에겐 아들 정일씨 말고도 한 명의 아들과 네 딸이 있다.
이들은 모두 마흔과 서른을 훌쩍 넘겼다. 고달픈 시간은 지나갔지만 혼자서 집을 지킬 때면 늘 아들 생각에 눈물이 난다. 시간이 너무 흘러 소용없다고 모든 방법을 동원해도 못찾을 거라고 말하던 전씨는 인터뷰 말미 어렵게 질문을 던졌다.

“기사가 나가면 찾는데 도움은 되겠지요?”

/wild@fnnews.com 박하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