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시기와 폭에 대한 해외 투자은행(IB)들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8일 금통위 회의 때 기획재정부 차관이 11년 만에 ‘열석발언권’을 행사했지만 올 1·4분기 중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을 바꾸지 않는 곳이 있는가 하면 2·4분기 이후에나 단행될 것으로 전망을 수정한 곳도 있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정부의 열석발언권 행사=금리인상 반대’로 해석, 금리인상 시기를 기존의 1·4분기에서 3·4분기로 변경했다.
12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해외 IB들이 전망하는 한은의 금리인상 시기는 올 1·4분기와 2·4분기로 양분된다. 올 1·4분기 인상 전망은 주요 경제지표 개선에, 2·4분기 전망은 정부의 경기부양적 정책기조 의지가 강하다는 게 주요 근거다.
바클레이스캐피털, 뱅크오브 아메리카-메릴린치, 씨티그룹, HSBC, JP모간은 기존의 전망과 같이 올 1·4분기 때 한은이 사상 최저인 2% 금리를 올릴 것이란 기존의 전망을 유지했다.
올 상반기까지 확장적 재정정책을 운용하겠다는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재정부 차관이 금통위에 참석했지만 주요 경제지표의 개선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올 1·4분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바클레이스캐피털은 오는 2, 3월 중 2차례 금리인상을 시작으로 올 한해 동안 1%포인트의 기준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고 씨티그룹은 오는 3월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간은 “재정부 차관의 금통위 회의 참석은 그만큼 단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데 기인한 것”이라며 “다만 오는 3, 4월 중 이성태 총재와 심훈, 박봉흠 금통위원이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어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한은의 성향은 다소 줄어들 여지가 높아 올 인상폭은 당초 1%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노무라, 유나이티드오버시즈뱅크, 도이체방크 등은 정부와 한은이 ‘출구전략’시행 시기를 놓고 이견이 크고 한은의 물가안정목표 변동 허용범위 확대, 이 총재의 임기만료, 6월 지방선거 실시 등을 들어 인상시기를 2·4분기로 늦춰 잡았다.
이들 IB들은 대부분 금리인상 시기를 월 단위로 전망치 않고 ‘2·4분기 중’으로 예상했다. 다만 노무라는 오는 6월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 3·4분기로 늦춰 잡은 IB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1월 금통위 회의에서 즉각적인 금리인상 신호가 없었던 데다 정부 반대가 확고해 금리인상 시기를 종전의 1·4분기에서 3·4분기로 변경하고 올 연간 인상폭도 기존의 0.75%포인트에서 0.50%포인트로 낮춘다”고 밝혔다.
해외 IB들은 또 한은의 통화정책에 대한 ‘정부의 외압’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 총재가 지난 8일 금통위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결정은 (열석발언권을 가진 기획재정부 차관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은 채) 금통위원 7명이 하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것이다.
팀 콘돈 ING아시아 수석이코노미스트겸 리서치 헤드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한은에 금리를 동결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정부 측 대표가 금통위에 참석했다는 일반적인 관측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mirror@fnnews.com 김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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