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의 외과의들이 세계 최초로 환자의 팔에 타인의 기관지를 심어 수개월 동안 성장시킨 뒤 환자의 목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벨기에 루뱅대학병원 이비인후과 피에르 들라에르 박사 수술팀은 건강한 기관지를 키웠을 뿐만 아니라 대개의 이식수술과 달리 환자가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되는 기법을 개발했다고 의학사이트인 헬스데이뉴스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장이나 폐 등의 여러 장기와 달리 기관지는 복잡한 구조이고 주된 1∼2개의 큰 혈관이 아닌 수많은 작은 혈관들에 영양을 의지하기 때문에 이식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팀은 25년 전 사고로 기관지 스텐트를 통해 숨을 쉬는 55세 여성을 위한 기관지 이식수술을 시도했다. 하지만 문제는 기증받은 기관지의 혈액공급을 어떻게 유지하는가였다. 결국 환자의 왼팔에 공간을 내 기관지를 심고 배양했다. 이 당시는 면역억제제를 사용했다. 하지만 면역억제제를 중단하면 환자의 면역체계가 기관지를 파괴할 것이 분명했기에 수술팀은 환자의 입 안에서 채취한 점막층을 기관지에 도포했다.
그러자 기관지의 본래 점막층은 파괴됐지만 환자의 점막층이 대신 빈 자리에 자라기 시작해 기증자와 환자의 세포가 공존하는 기관지로 변했다.
이 기관지는 환자의 목에 이식돼 아무런 거부반응도 일으키지 않고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들라에르 박사는 “언젠가는 이런 방법이 일상적인 이식수술 기법으로 정착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이 결과는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1월 14일자에 게재됐다.
/kueigo@fnnews.com김태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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