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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 유치 신청 대학 재정압박 우려

가톨릭대, 한국외대, 단국대, 연세대 등 지난해 12월 교육과학기술부에 약대 유치를 신청한 대학들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약대 신설을 인가받은 뒤에도 재정 압박과 내부 반발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인천에서 정원 50명을 놓고 경쟁하는 연세대·인천대·인하대의 투자 계획은 타 지역을 압도하고 있다. 연세대는 약대 신설에 총 717억원을 투입할 예정으로 투자 규모로는 대학 최고 수준이다. 여기엔 약대 건물과 기숙사 신축, 실험실 기자재 구입, 약초원 조성 등의 비용이 포함된다.

또 인천대는 약대 건물 신축공사비와 기자재 구입 등에 총 356억원을 투자하며 인하대도 약대 건물 신축에 370억원, 교수채용에 10억원, 동물실험실 설치와 약초원 조성, 기자재 구입에 60억원을 책정하는 등 총 44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가톨릭대는 지난해 11월 법인 이사회를 열어 300억원의 신규투자를 의결했다. 약대 신설을 위해 오는 2013년까지 9167㎡ 규모의 약학관을 신축하고 약대 전임교원 규모를 23명에 맞추기 위해서다.

대학가에 따르면 한국외국어대는 신청한 약대 정원 48명 가운데 절반인 24명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입학 첫해에만 2억4000만원, 편제완성연도인 2014년이 되면 9억6000만원이 소요된다. 게다가 건물·시설투자 계획은 수백억원에 달한다. 연면적 8497㎡에 지상 7층·지하 2층 규모의 약학관 신축에는 150억원이 필요할 전망이다. 여기에 교육 기자재 구입비 100억원이 추가로 투입된다. 전임교원은 오는 2014년까지 20명, 장기적으론 30명 규모로 맞출 예정이기 때문에 교수 인건비만 2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한양대도 에리카캠퍼스에 신축 약학관을 짓는다. 지하 2층, 지상 6층 1만2890㎡(약 3900평) 규모로 지어지는 약학관은 공사비만 200억원이 투입된다. 바이오생명의약연구소와 류머티스클리닉도 설치할 예정이기 때문에 수십억원의 추가로 필요하다.

이 밖에도 단국대 천안캠퍼스는 285억원, 고려대는 498억원, 순천향대는 200억원, 초당대는 280억원을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약대 신청 대학들이 이 같은 대규모 투자에도 등록금 수입으로 인한 재정 확충은 전혀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전원 또는 절반에게 장학금을 지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들의 이런 대규모 투자계획은 지난 2007년 하반기 대학가를 들썩이게 했던 로스쿨 인가신청 때를 연상시킨다”면서 “당시 로스쿨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고배를 마신 대학들은 엄청난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약대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 로스쿨 때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