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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정부 경제 3인방 ‘사면초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제 3인방이 올 하순 중간선거를 앞두고 사면초가에 몰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지가 25일 보도했다.

버냉키 의장은 백악관이 나서서 이번주 연임 인준투표 통과를 위한 안정의석을 가까스로 마련했지만 지난주말 4년 연임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시장을 뒤흔든 바 있다.

저널은 금융시장에 대한 이들 3인방의 풍부한 경험이 금융위기로 곤경에 처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지만 올 중간선거를 앞둔 포퓰리즘 때문에 정책 일선에서 후퇴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최근 무게중심 이동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 21일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기관의 규모와 위험투자를 규제하겠다고 밝힌 자리에 서머스 위원장과 가이트너 재무장관을 모두 배석시키면서도 폴 볼커 전 FRB 의장을 참석시켰으며 또 법안 이름도 폴 볼커법안이라고 명명했다.

또 24일 일요일 오전 TV 정책토론 시간에는 볼커 전 의장 측근인 데이비드 액슬로드 백악관 경제보좌관을 자리에 앉혀 백악관의 경제정책을 대변하는 인물로 비쳐지게 했다. 백악관 경제정책을 설명하는 일요일 오전 정책토론에는 가이트너 재무장관이나 서머스 NEC 위원장이 참석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이날 이 같은 관행이 무너졌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크는 “가이트너와 서머스에 대한 대통령의 호감이 줄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들이 이제 뒷 줄에 앉게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적 포퓰리즘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앞으로 10개월간 득세하게 될 것”이라면서 “가이트너와 서머스는 포퓰리즘에 어울리는 인물들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금융위기 당시 뉴욕연방은행 총재로 금융위기 진화를 사실상 진두지휘하면서 당시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절실히 필요로 했던 시장 안정과 신뢰를 얻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또 서머스 위원장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부 부장관, 장관을 지내면서 아시아, 중남미 외환위기 등을 헤쳐나갔던 경험이 NEC 위원장 발탁의 배경이 됐다.


버냉키 의장은 금융위기 당시 FRB 의장으로 과감한 조처로 경제위기에서 미국을 구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위기가 지난 지금 보험사 AIG에 대한 지원과 월가 금융기관들에 대한 구제금융 문제로 진보, 보수 양 진영에서 공격을 받는 실정이다.

심지어 그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미래를 위한 캠페인’이라는 진보 진영의 한 인사로부터 “타임지가 버냉키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것은 마치 자신이 저지른 불을 진압했다면서 방화범을 추켜세우는 것과 같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저널은 중간선거를 앞둔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월스트리트 금융인들을 ‘살찐 고양이’라고 질타하면서 경제적 포퓰리즘 전환을 선언했고 볼커 전 FRB 의장이 이때부터 전면에 등장했다면서 가이트너나 서머스가 정책 전면에서 일단 후퇴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전했다.

/dympna@fnnews.com송경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