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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하겠다 VS 며칠 더 계세요

서울 강남 모 병원에 입원한 지 일주일가량 된 정모씨(61)는 최근 의사에게 불만을 터뜨렸다. ‘왜 아무 것도 안해주고 며칠째 피만 뽑아가느냐’는 것이 그의 불만이었다. 정씨는 “매일 한웅큼씩 피만 뽑아가니까 몸이 더 안 좋아지는 것 같다”며 간호사와 인턴(수련의)의 추가 혈액검사를 강력히 거부했다.

다른 병원에 입원한 김모씨(44)와 그의 가족은 최근 간호사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김씨는 “병원이 돈을 뜯어내려 뚜렷한 이유없이 입원기간을 연장하고 있다”며 욕설까지 퍼부었다. 병원측에선 “좀더 치료를 받으셔야 안정상태가 된다”고 설득했지만 김씨는 완강히 거부했다.

병원에 입원해 있다보면 여러 가지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 중에서 잦은 각종 검사와 입원일수에 대한 불만은 흔히 접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환자의 오해와 불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왜 며칠째 피만 뽑나

검사를 위한 혈액채취량은 검사 종류에 따라 다르다.

일반혈액검사(CBC)나 간기능검사 등의 간단한 검사에는 대략 10㏄가량의 혈액만 채취하면 된다.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진단검사의학과 박일규 교수는 “보통 성인의 헌혈량이 300∼400㏄ 정도이므로 이는 결코 몸에 해롭거나 건강에 지장을 주는 양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기와 검사법의 발달로 1일 이내에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일반인의 예상보다 오래 걸리는 검사다. 배양검사의 경우 세균 및 세포의 성장속도가 존재하므로 최소 2∼3일 동안 배양하기 때문이다. 경희의료원 병리과 박용구 교수는 “예를 들어 환자가 목요일에 입원해 금요일에 배양검사를 시작하면 월∼화요일에나 결과가 나온다”며 “수요일 오전에 담당의사에게 결과를 듣게 되면 ‘병원이 일부러 입원기간을 늘리기 위해 검사를 오래한다’고 오해하는 환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조직검사도 최소 3일가량이 소요된다. 조직을 채취해 수분을 제거하고 염색과정을 거친 뒤 얇은 판으로 잘라 슬라이드를 제작, 현미경으로 판독을 해야 한다. 이 과정 중 조직이 오염되거나 손상되면 안 되므로 시간이 걸린다. 박용구 교수는 “특히 암 진단 등의 경우 조직검사가 마지막 보루이자 판정이 될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왜 입원 연장 권유하나

대부분 병원들은 환자를 필요 이상 잡아두려 하지 않는다. 새 환자가 계속 들어오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새 환자의 경우 접수, 입원수속, 검사 등으로 병원 수익이 발생하지만 입원환자는 추가되는 별도의 처방 없이 기존의 치료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진다.

익명을 요구한 병원 관계자는 “한 환자를 오래 입원시키는 것보다 입원기간을 단축해 병상회전율을 높이는 것이 경영방침”이라며 “이는 병원의 수익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의사가 환자에게 입원기간을 연장할 것을 권유한다면 (인사평가 등에) 불이익을 감수한 결정으로, 입원 기간 연장을 권유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최근에는 환자의 수발을 드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에 가족들이 입원기간을 연장해달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골치거리다.

병원 관계자는 “6인실에 입원한 일반환자의 경우 보험처리 등으로 큰 비용부담이 없이 간호를 받으며 지낼 수 있기 때문에 가족들이 오히려 병원에 떠맡기려 해 문제”라고 말했다.

/kueigo@fnnews.com 김태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