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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첨가제 아질산염 과연 안전한가

최근 일부 유명 호텔에서 연어에 아질산염을 발색제 용도로 사용해 논란이 되면서 아질산염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아질산염은 햄 등 대부분의 육가공식품에 사용되고 자연상태의 채소에서도 검출되는 성분이다. 하지만 아질산염은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안전성에 대해 논란이 제기돼 왔다. 이에 한국식품안전연구원은 4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질산염에 대한 안전성 논란에 대해 각 계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가졌다.

■찬성=아질산염, 국내 섭취량은 문제 안돼

일단 식품업계에서는 아질산염이 채소로도 섭취되는 성분이므로 위험성을 확대 해석하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강릉원주대학교 이근택 교수는 “채소로부터 섭취하는 아질산염의 양이 오히려 육제품을 통해 섭취하는 양보다 더 많다”며 “아질산염이 발암물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관련 제품을 대하는 소비자들의 불안감과 불신이 커져 이와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채소에 많이 함유된 질산염이 체내에 들어와 아질산염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하루 채소 소비량이 세계 1위인 우리나라의 경우 채소로부터 섭취된 질산염을 통한 아질산염의 섭취량이 전체 아질산섭취량의 약 85%에 달한다. 실제 햄 2.9g에 포함된 아질산염은 48.1㎍, 소세지 1.2g에는 17.5㎍ 등이 들어있으나 김치 일일섭취량 91.9g에 포함된 아질산염은 349.2㎍, 깍두기 11.8g은 40.1, 시금치 10.5gdpsms 38.9㎍의 아질산이 들어있다.

아질산염은 식품의 부패를 방지하고 병원성 미생물, 독소를 생성하는 클로스트리듐 보툴리눔균의 성장을 억제한다.

이 교수는 “아질산염 관련 문제는 이미 1970년대 미국과 유럽국가들에서도 제기된 바 있으나 지난 20여년 간의 연구 끝에 아질산염의 발암성은 근거가 없고 현재까지는 아질산염을 대체할 첨가제가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햄, 소시지, 베이컨 등 식육가공품을 서구인에 비해 10분의 1 정도 양만 섭취하므로 위험성보다는 위험성을 회피할 수 있는 식재료의 올바른 저장 및 조리·섭취방법 등 소비자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게 더 낫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육제품을 기름에 튀기는 등 고온에서 조리할 때 니트로사민의 생성량이 높아지므로 가급적 낮은 온도, 예를 들면 데침요리법 등으로 조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 교수는 조언했다.

■반대=암 발암물질이라는 연구 많아

반면 소비자단체인 환경정의 다음지킴이국 신권화정 팀장은 “최근 식품연구 결과를 보면 고기, 특히 가공육은 대장암과 직장암의 발병위험을 꾸준히 증가시키는 것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세계 암연구기금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가공육의 섭취를 피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아질산염은 일정 농도 이상 섭취하게 되면 혈액 중의 헤모글로빈이 산화돼 헤모글로빈의 산소운반 능력을 상실시키는 메트헤모글로빈을 형성해 심한 경우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8년 미국 컬럼비아 대학 메디컬센터 연구결과, 아질산염이 폐를 손상시킬 수 있는 활성질소종을 만들며, 가공 육제품을 매달 14회 이상 먹은 사람이 전혀 먹지 않은 사람에 비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발생률이 78%나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특히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독성물질 해독능력이 부족해 일찍부터 위해물질에 노출될 경우 성인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는 만큼 더욱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신권 팀장은 “아질산염에 대한 위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아질산염을 비롯한 식품첨가물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과 불안은 여전히 높다”며 “정부나 업계에서는 ‘안전하다’, ‘기준치 이하다’는 등 위해편익 분석적 입장이 아니라 새로운 연구결과의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해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야 소비자들의 불신과 불안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3∼6세 아동 섭취량 높아 관리필요

일단 아질산염에 대한 3∼6세 어린이 섭취량이 문제가 된다는 사실은 모두 공감하는 내용이다.

6세 미만의 영유아가 시금치 등이 포함된 이유식이나 질산염에 오염된 물을 다량 섭취할 때 유아 청색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많이 섭취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최성희 박사는 “아질산염은 식품 내 함유량과 섭취량이 동일한 수준일 경우 평균체중이 낮을수록 인체 노출량이 증가한다”며 “체중이 가벼운 어린이들은 인체 노출량이 성인에 비해 높아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07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햄의 경우 1∼2세 11.1g, 3∼6세 28.2g, 7∼12세 26.3g, 13∼19세 33.3g, 10∼29세 26.7g, 20∼49세 24.5g, 50∼64세 20.0g, 65세 이상 12.1g으로 어린 나이의 아이들의 섭취량이 높았다.

최 박사는 “3∼6세의 섭취자 집단은 하루섭취허용량(ADI) 대비 20% 대로 일반 섭취자의 평균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 적절한 관리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정명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