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평양 방문이 기정 사실화되면서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북핵 6자회담 재개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6자회담 의장국이자 북한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진 중국이 왕 부장의 방북을 계기로 6자회담 복귀을 위한 대북 설득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중국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5일 “왕 부장이 내주중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라면서 “매년 연초에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 간 정례적 교류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지만 6자회담과 관련해 중요한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8일이나 9일께 전격 방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실제로 왕 부장은 지난 2003년 취임한 이후 2004년, 2005년, 2008년, 2009년 1∼2월께 평양을 방문해 카운터파트인 노동당 국제부장과 양국 간 다방면에 걸쳐 교류협력 논의를 진행해왔고 방북 때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왕 부장의 이번 방북은 지난해 12월 스티븐 보스워즈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이후 6자회담 재개 논의가 소강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중국이 사실상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독려하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외교부 당국자도 “왕 부장이 방북한다면 일반적인 교류협력 협의 외에도 북·중 공통관심사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눌 것”이라고 말해 6자회담 관련 논의 가능성을 전망했다.
왕 부장이 이번에도 김정일 위원장과 면담을 갖고 나아가 후진타오 주석의 친서 등을 전달할 경우 조만간 북한이 전격적으로 6자회담 복귀 선언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중국은 과거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질 때마다 어김없이 왕 부장을 전면에 내세워 회담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모멘텀을 살려왔다.
다만 ‘해결사’ 왕 부장이 방북하더라도 6자회담이 조기에 복원되기까지는 평화협정 협상, 대북제재 해제 등 여전히 풀어야할 난제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편, 북한은 지난해 12월 25일 무단 입북한 재미동포 대북 인권운동가 로버트 박(28·한국명 박동훈)을 억류 42일만에 전격 석방하기로 결정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북한당국의 조사결과를 인용하며 “미국공민(로버트 박)은 조선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갖고 들어오게 됐다”면서 “자기가 저지른 행위에 대해 인정하고 심심하게 뉘우친 점을 고려해 해당기관에서 관대하게 용서하고 석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3월 북·중 국경지대에서 탈북자를 취재하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 케이블방송 커런트TV 소속 여기자 2명을 140일 만에 풀어준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대북전문가들은 현재 북·미관계가 대화국면에 들어서 있고 북한이 지속적으로 평화협정 협상, 대북제재 해제 등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는 만큼 로버트 박이 협상 카드로 작용하기보다 자칫 걸림돌이 될 수 있으며 특히 무조건 석방하는 ‘평화 제스처’를 보임으로써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분석했다.
/jschoi@fnnews.com최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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