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모씨(60·여)는 심각한 두통을 호소하며 한 병원 신경과를 찾았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흔한 통증이 두통이지만 그의 문제는 달랐다. 전씨는 “만성 두통이 있어 진통제를 복용하다보니 진통제를 너무 많이 먹게 돼 용량을 줄여봤다”며 “그러자 두통이 더 심해지고 진통제 복용을 아예 중단하자 ‘머리가 쪼개지는 듯한’ 심한 두통이 왔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약에 의존하다 약을 끊을 경우 심하게 수반되는 두통을 ‘약물반동성두통(rebound headache)’이라 하는데 주위에서 생각보다 흔하게 발병한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시각이다.
가장 큰 원인은 진통제의 습관적인 과다복용이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윤경봉 교수는 “대개 3개월 이상 습관적으로 진통제를 과다복용할 경우 몸이 진통제에 의존하게 돼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다”며 “진통제의 약효가 조금 낮아져도 두통이 다시 오고, 이를 끊으면 극심한 두통이 몰려와 환자들이 약을 끊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우에 따라선 원래 앓던 두통의 몇 배 이상 통증이 발생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이는 특정 성분의 진통제 사용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인 진통해열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 등 거의 모든 약물에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진통제 등이 환자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통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하대병원 신경과 나정호 교수는 “두통약을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할 수 있어 이러한 문제가 더 발생된다”며 “일단 진통제 의존증상이 생기면 환자 스스로 이를 통제할 수 없고, 병원에서 막아줄 수도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중앙대학교병원 신경과 박광열 교수도 “특히 60∼70대 여성분들 중엔 조금만 아파도 진통제를 4∼5정씩 ‘후하게’ 나눠주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그렇다고 이런 분들이 약국에서 일반의약품을 구매하는 것을 아예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전문의들은 약물반동성두통을 혼자 견뎌내기 힘들 경우엔 입원을 권장했다. 박 교수는 “1∼2주 이상만 약을 끊으면 약물반동성두통에서 해방돼 전보다 훨씬 개운한 상태가 될 수 있지만 너무 힘들 경우 전문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입원하는 것도 좋다”며 “특히 병원에선 환자의 진통제 재복용을 감시하고 서서히 다른 대체약물의 용량을 늘려 약물반동성두통을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 교수도 “만성두통의 경우 철저한 진단, 예방, 행동습관조절 등으로 근본적 치료를 모색해야지, 진통제 과다복용만으론 해결되지 못한다”며 2주 가량의 입원도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했다.
장기간 진통제를 복용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도 걱정이다. 윤 교수는 “원래 진통제를 장기간 복용하다보면 콩팥이나 간, 위장관 등에 무리가 올 수 있는데, 약물반동성두통 환자들은 이미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매일 주기적으로 권장량의 수 배를 복용한 상태여서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머리가 아파 약을 사 먹어도 두통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면 ‘약을 더 먹어야 하나보다’고 생각하지 말고 병원 의료진의 조언을 받아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kueigo@fnnews.com 김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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