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던 고려대의료원이 변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인증을 받았고 안암, 안산병원은 증축계획이 있다. 또 고려대의료원 브랜드 알리기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고려대의료원 손창성 의료원장은 "그동안 진료 수준을 높이는 데 주력한 결과 진료를 받으려면 4년씩 기다려야 하는 명의가 많은 게 고려대의료원"이라며 "앞으로는 홍보에도 주력해 고려대의료원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고려대의료원의 장점은.
▲고려대의료원은 현재 안암, 구로, 안산 등 3개 병원으로 구성돼 있다. 3개 병원 모두 설립 당시 의료상황이 가장 열악했던 의료 불모지였지만 이를 극복하고 지역 거점병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안암은 서울 강북, 구로는 서울 서쪽, 안산은 경기 안산 지역에서 잘 발전하고 있다. 병원마다 경쟁력이 있는 센터들이 있다. 안암병원은 전통적으로 소화기센터, 순환기센터가 강했고 최근에는 외과 쪽에 해당하는 로봇수술센터가 활약하고 있다. 귀성형, 사시, 유방센터 등의 클리닉도 환자들이 많이 찾는다. 구로병원은 간센터가 경쟁력이 있다. 간이식이 많이 이뤄지고 연구논문도 많이 낸다. 또 뇌와 관련된 센터 설립을 계획 중이다. 구로병원은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등 지방 환자들이 고속철도(KTX)를 타고 진료를 받으러 오는 '전국구 병원'이기도 하다. 안산병원은 오목가슴수술 전문이며 수면센터도 유명하다.
―병원 경영철학은.
▲믿음과 섬김이다. 고려대의료원은 총 2500여개 병상, 핵심의료진 400여명을 비롯해 총 5500여명의 교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고려대의료원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들 5500명의 직원 간 믿음이 있어야 하며 의료원장은 직원을 섬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부고객인 직원을 위해 동호회 활성화, 교육지원, 복지시설 확대 등 직원 복리후생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또 모든 교직원의 각종 아이디어와 담론을 바로 경청할 수 있도록 현장을 수시로 돌아보고 '소통의 창'이라는 일종의 최고경영자(CEO) 뉴스레터를 전 교직원에게 발송해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아울러 e메일과 전화번호를 일반 직원에게까지 항상 오픈한다.
―병원별 증축계획은.
▲안암병원은 주차장 부지에 9만9173㎡(3만여평) 규모의 '첨단의학센터'를 지을 예정이다. 2016년 완공 목표다. 총 3000억원이 들어가는 이 센터는 지하철 안암역과 바로 연계해 첨단인텔리전트 빌딩으로 지어진다. 특히 이 센터는 고려대의료원이 세계적인 의료 수준을 자랑하는 암센터, 심혈관센터, 수면센터, 소화기센터, 로봇수술센터 등을 특화할 예정이다. 암센터는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 고려대의료원이 상대적으로 강한 분야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해외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국제진료센터도 들어선다. 총 400병상으로 지어지는데 장기 입원이 필요없는 치료법으로도 진료가 가능한 환자 중심으로 유치할 예정이다. 또 미국 피츠버그대와 협력해 국제적인 병원으로 만들 계획이다. 안산병원은 올해 9917㎡(3000여평)가량 증축계획이 있다. 100병상가량이 늘어나는데 증축 이후에는 외래진료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로병원은 2년 전 1600억원을 투자해 신관 신축, 본관 리모델링과 함께 최신 의료장비를 구비했다.
―안암병원이 국내 두 번째로 JCI 인증을 받았다.
▲JCI 인증을 받은 첫번째 목적은 환자 안전 때문이다. 지금 의료시스템으로는 환자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해외환자 유치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어 JCI 인증을 받게 됐다. 고려대의료원은 구로 및 안산병원의 JCI 인증도 추진할 계획이다. 해외환자 유치는 안암병원 첨단의학센터가 지어지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고려대의료원의 해외환자 유치는 아직 초보단계다. 현재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외국인 전용 진료센터와 모든 상담 및 예약이 가능한 24시간 전용 핫라인을 개설했다. 또 하나투어 등 여행사와 연계해 건강검진을 필요로 하는 해외동포를 유치하는 등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중이다. 앞으로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지역별로 담당자를 두는 등 좀 더 적극 나설 계획이다.
―JCI 노하우를 공개하겠다고 했는데.
▲JCI 회장이 고려대의료원을 방문했을 때 "고려대의료원이 JCI 인증을 위한 연수교육을 하겠다"고 요청해 허락을 받았다. 이후 지난해 가을 연수교육을 실시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이 찾아왔다. 이후에도 원하는 병원에 직원을 파견, 교육을 해 주고 있다. JCI 인증을 받을 때 문화에서 오는 미묘한 차이 때문에 고생을 좀 했다. 이 때문에 다른 병원들은 쉽게 JCI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연수교육을 하고 있다. 사실 병원 내부에서 노하우를 공개하지 말자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JCI가 병원 순위를 매기는 게 아니고 인증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의료기관이 국제화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교육을 받은 다른 병원에서 고려대의료원에 대한 칭찬이 늘고 있어 기분이 좋다.
―브랜드 강화를 위한 복안이 있나.
▲안암병원은 지난해 JCI 인증을 통과했고 국가품질 대통령상도 받았다. 하지만 병원 브랜드는 의료의 질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고려대의료원에는 세계 수준의 진료를 하는 교수가 많다. 심혈관센터 김영훈 교수, 소화기내과 김창덕 교수와 로봇수술센터팀에 비뇨기과 천준 교수, 외과 김선한 교수, 안과 사시 조윤애 교수, 귀성형 전문 박철 교수, 수지접합수술 김우경 교수, 감염전문의 김우주 교수 등이다. 어떤 교수는 진료 한번 받으려면 4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모르는 환자들도 있기 때문에 널리 알릴 계획이다.
―연구분야는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고려대 세종캠퍼스가 지난해 12월 교육과학기술부에 약학대학 유치 신청을 마쳤다. 고려대학교가 세종시에 2015년까지 의학생명과학 중심의 '바이오사이언스'와 '바이오메디컬' 관련 대학원, 치의학 전문대학원, 신약개발연구소 등이 들어서는 연구캠퍼스를 지을 예정이다. 이 방안이 실현되면 우리 의료원과 적극 연계해 국내 최고의 의생명과학벨트가 완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종시에 연구 중심 병원을 설립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또 고려대 의대 교수들의 연구역량이 뛰어나다. 교수 1인당 논문편수가 국내에서 보통 2, 3위를 한다. 연구역량이 바탕이 되기 때문에 지난해 5월 고려대 안암병원 임상시험센터가 보건복지가족부 지정 국가 지역임상시험센터에 선정돼 정부 지원금 40억원을 지원받았다. 이에 따라 순환기계, 혈액계통, 환경대사계 임상시험과 전임상시험을 특화해 보다 수준 높은 임상시험을 실현할 계획이다.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고려대의료원 손창성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다. 자신이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스타일이다.
이는 경영 전반에 그대로 나타난다. 모든 일의 프로세스가 위에서 내려오는 것보다 아래에서 올라가는 게 효율적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러한 경영방식이 병원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됐다고 손 의료원장은 믿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직원들이 다양한 창의를 발휘해 프로세스를 올릴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원내 동호회를 지원하고 직원들의 교육·복지시설 확대에 신경을 쓰는 것은 이 같은 맥락이다.
그는 아울러 프로세스를 모아 종합하고 경영 전반에 응용·적용하는 일을 한다.
'회사가 망하면 최고경영자(CEO)의 책임보다 중간관리자의 책임이 더 크다.' '디즈니 꿈의 경영'이라는 책에 나오는 문장으로 그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다.
얼핏 생각하면 CEO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지만 CEO의 책임 못지않게 중간책임자의 창의적인 프로세스가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중간책임자의 창의성을 살리기 위한 영업환경이 필요하다는 그의 경영철학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