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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쓰린데도 위장검사 깨끗, 기능성 위장장애

주변에 ‘속이 쓰리고 아프다’, ‘신트림이 나고 메슥거리며 소화가 안 된다’, ‘헛배가 부르다’, ‘잘 체하고 명치부분이 더부룩하다’, ‘설사가 잦고 아랫배가 항상 불편하다’ 등 위장 장애를 호소하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증상에도 위장 검사에서 아무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증상을 ‘기능성 위장장애’ 또는 ‘기능성 소화불량증’이라고 하며 예전에는 신경성 위염, 신경성 대장염이라 부르기도 했다.

■위장검사는 깨끗해도 증상은 다양

한강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고동희 교수는 “‘기능성 위장장애’는 바쁘고 스트레스가 많으며 식사생활이 불규칙한 일상생활에 시달리면서 부쩍 늘어난 대표적인 현대병”이라며 “내시경 검사로 위나 장을 살펴봐도 겉으로 드러나는 특별한 이상소견은 없지만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기능이 좋지 않기 때문에 붙여진 병명”이라고 설명했다.

증상도 다양해서 궤양이 없는데도 위·십이지장 궤양환자처럼 속쓰림과 복통이 생기는 궤양형, 속이 더부룩하고 항상 배가 부른 듯이 느껴지는 위 운동장애형, 트림이나 구역질이 많이 생기고 가슴부분이 쓰린 위식도역류형, 특별한 통증이나 쓰림이 없지만 어딘가 속이 불편한 비특이형, 주로 아랫배가 불편하고 설사나 방귀가 잦은 과민성 대장증 등이 대표적이고, 이런 증상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이런 증상들은 시간과 환경에 따라 심해지기도 하고 덜해지기도 하면서 변화가 많다.

■불규칙한 생활 습관이 문제

기능성 위장장애가 생기는 이유는 위장의 점막(속피부)이 위산이나 음식물에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들어온 음식물을 내려 보내는 운동능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선천적으로 위장기능이 약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불규칙한 식생활, 잘못된 음식습관, 운동부족, 음주와 흡연 등이 가장 큰 원인이다. 또 정신적 스트레스는 소화기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위산분비를 촉진시켜서 뱃속을 더 불편하게 만든다.

특히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인 경우, 과도한 스트레스와 운동부족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작용해 기능성 위장장애의 발생이 높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천천히 소식하기’다.

특별히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는 위나 장이 소화불량이나 위염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은 들어온 음식에 대해 부담을 느끼거나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므로, 천천히 잘 씹어 먹어서 위장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실제로 이러한 기능성 위장장애 증상을 가진 이들의 대부분이 음식을 너무 급하게, 제대로 씹지도 않고 삼키는 경우가 많다. 한 번 음식을 입에 넣으면 입안에서 잘게 부서지고 침과 충분히 섞일 때까지 씹어야 한다. 대개 최소한 20번 이상 씹기를 해야 음식이 골고루 부서진다.

게다가 급하게 삼키다보면 과식하기 쉽다. 머리 속에서 배가 부르다고 느끼는 포만감 중추가 작용을 하려면 5∼10분이 지나야 한다.

그전에 너무 팽만해진 위가 음식을 소화시키는 데 부담을 느끼면, 움직이는 힘이 약해지고 통증도 발생한다. 또한 식사시간이 불규칙하면 위나 장이 때맞춰 소화작용을 하는 버릇이 없어지므로 항상 더부룩하고 속쓰림이 심해진다.

이외에도 소화기능을 떨어뜨리고 위산 분비를 촉진시킬 수 있는 스트레스 유발 상황을 피하고, 가능한 정신적 안정을 유지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위나 장의 운동을 활발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도 필수적이다.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 종사자의 경우 가급적 하루 1시간 이상을 걷기 운동을 해야 한다.

■몸에 맞는 음식 섭취가 중요

기능성 위장장애로 진단을 받은 사람들은 생활습관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을 먹어서 일시적으로 호전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음식습관이나 생활태도를 고치지 않으면 다시 같은 증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속쓰림 증상이 있는 경우 과음이나 맵고 짠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구역질이 자주 생기고 위산과다 증상이 있는 경우는 커피나 콜라, 홍차 같은 카페인 음료와 튀김이나 기름기가 많은 음식, 너무 가미가 많이 된 인스턴트 음식, 담배가 좋지 않다. 또 오렌지주스나 사과주스, 포도주스와 같이 신맛이 나는 음료도 속이 불편해지는 경우가 많다.

과민성 대장증상과 같이 주로 아랫배에 불편한 증상이 심한 경우, 특히 술과 찬 음식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우유를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을 먹으면 설사를 하거나 속이 불편한 이들도 있다. 이 경우 우유를 따뜻하게 하거나 입안에 한참 머금고 있다가 마시면 조금 낫고, 지속적으로 우유를 복용하면 좋아지기도 한다. 잡곡밥이나 우거짓국, 과일이나 야채와 같이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대장의 기능이 점점 좋아지는 데 도움이 된다. 일시적으로 가스가 많이 생기는 불편함이 생길 수도 있지만 계속하면 이런 증상은 없어진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함께 할 수 있다. 의사들이 처방하는 약은 주로 제산제(겔포스, 미란타 등)나 위산분비 억제제(큐란, 잔탁 등), 위와 장의 운동을 촉진시켜주는 약 등을 증상에 따라 적절히 섞어 처방된다.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라면 신경안정작용을 가진 약을 함께 처방하면 더 효과가 좋을 때가 있다.

/pompom@fnnews.com정명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