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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억류 미국인 ‘8년 노동교화형’ 선고

북한당국이 지난 1월 불법입국 협의로 억류한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30) 씨를 6일 재판하고 ‘8년 노동교화형’과 북한 원화 기준 ‘7000만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7일 “재판에서 조선민족적대죄와 비법국경출입죄에 대한 심리를 진행해 공화국 형법의 해당 조항들에 준해 유죄를 확정했다”면서 “8년 노동교화형과 7000만원의 벌금형을 언도했다”고 전했다.

중앙통신은 “미국의 이권을 보호하는 스웨덴 측의 요청에 따라 주조(주 북한) 스웨덴 대사관 대표들의 재판 참관이 특례적으로 허용됐다”면서 “피소자는 기소 사실을 전부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북한 내에서 자국의 ‘이익보호국’ 역할을 해온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지난달 14, 15일 두 차례 곰즈 씨를 면담한 바 있다.

노동교화형은 탄광 등 인근 노동교화소에 수감돼 강도 높은 노동을 하는 신체형으로, 살인, 강도, 절도, 강간 등 일반 형사범과 사기, 횡령 등 경제범 중 형량 2년 이상의 중범죄자에게 선고된다.

대북전문가들은 곰즈 씨의 억류 상황을 지난해 3월 북·중 국경지역에서 취재 중 억류돼 12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고 같은 8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으로 풀려난 2명의 미국인 여기자 억류 사건과 같이 향후 대미 협상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북한당국이 자국법 체계상 이례적으로 ‘노동교화 8년’의 중형과 거액의 벌금형을 동시에 부과한 것도 미국과의 석방 협상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최근 알려진 북한의 공식 환율(1달러당 100원)로 따지면 곰즈 씨에게 내려진 벌금은 미화 70만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7억8568만원(달러당 1122원40전 기준)에 해당한다.

북한의 형사법은 사형, 무·유기 노동교화형, 노동단련형(2년 이하)을 기본으로 하고 선거권박탈형, 재산몰수형, 자격박탈형, 자격정지형을 함께 부과할 수 있지만 ‘벌금형’의 개념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국인이 ‘출입국법’(특별법)을 어길 경우에도 죄가 가벼우면 벌금을 물리고 무거우면 추방하거나 형사 책임을 지우도록 했지만 이 법 역시 벌금과 형사처벌을 병과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즉 ‘비법국경출입죄’(3년 이하 노동교화형)와 ‘조선민족적대죄’(5년 이상 노동교화형)가 적용되는 곰즈 씨의 경우 동일한 죄목으로 노동교화형을 받은 만큼 이중으로 벌금형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북한이 지난 1996년 술에 취해 입북한 미국인 에번 헌지커 씨의 석방 대가로 10만달러를 요구한 것과 마찬가지로 곰즈 씨의 경우도 석방 명복으로 미국 측에 7000만원의 대납을 요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jschoi@fnnews.com최진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