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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포커스] 김도연 울산대 총장의 대학 운영 철학

■“개방과 경쟁이 익숙할수록 대학은 발전하죠”

"지금 울산대의 캐치프레이즈는 '개방과 경쟁'입니다. 대학 강의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외부에서 학부장을 모셔오도록 한 것은 울산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지요. 개방은 남보다 더 잘해야 하니까 자연스럽게 경쟁을 유발합니다. 울산대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앞서가는 개방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초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내고 지난 2008년 9월 제8대 울산대 총장으로 부임한 김도연 총장(58)은 대학을 개방하고 대학 최초로 교수연봉제를 실시하는 등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대학의 경쟁력은 일차적으로는 교수에게서 나옵니다. 교수연봉제를 신임교수에게는 의무화하고 기존 교수들에게는 연차적으로 적용하기로 한 것은 2년마다 교수를 평가하기 위해서입니다. 강의를 잘 하고 연구실적이 뛰어난 교수에게는 당연히 연봉을 높게 책정해야 경쟁력이 생깁니다"고 강조한다.

김 총장의 개방실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개방을 통해 기업 인재를 대학교수로 영입하기도 하고 내부 교수가 아닌 외부 교수를 학부장으로 초빙하기도 한다. 앞으로는 학문 간 벽을 허물고 융합이나 통섭도 권장할 계획이다. 예컨대 국문학과 교수를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발령을 내거나 교수를 기업체에 가서 일하게 하고 기업체 사람들이 대학에 와서 연구하는 교류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개방은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더욱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울산대는 그런 의미에서 개방의 움직임을 더욱 늘려가고 있습니다. 대학이라는 특정한 공간에 갇혀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지요."

울산대는 지난해 1학기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강의를 시작했고 2학기부터는 강의자료(100여개 과목)를 일반에게 공개했다. 일부 교수들은 강의 외에도 부담하는 일이 하나둘씩 늘어나자 불만을 터뜨리고 있지만 개방을 통해 '열린' 대학을 만들겠다는 김 총장의 의지는 굳건하다.

1970년 정원 200명의 공과대로 출발해 현재 12개 단과대에 신입생 3000명의 종합대로 발전한 울산대는 올해로 개교 40주년을 맞았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인 QS의 2009년 아시아대학평가 국내 20위, 교육여건·성과 국내 1위(2008년), 과학기술논문색인(SCI) 논문발표 수 국내 8위 등 짧은 기간에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다.

김 총장은 "울산대의 설립자인 고 아산(峨山) 정주영 회장의 도전과 개척정신을 생각하면 울산대는 40돌을 맞았다는 기쁨보다는 더욱 분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가 세계 일류 기업이 되었듯이 울산대도 세계적인 대학으로 키우고 싶습니다"고 밝힌다.

울산대가 위치한 울산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우리나라 최고의 산업도시다. SK에너지,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등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선 글로벌 기업들이 즐비하다. 그런만큼 울산대의 산학협동교육은 국내는 물론,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산대는 지역의 70개 기업체와 장기 인턴십 협약을 맺고 학생들이 졸업하기 전 자기 전공과 맞는 기업체에서 6개월 동안 인턴십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기업체 최고경영자(CEO)와 산업현장 간부가 강의하는 팀 티칭 수업도 큰 인기를 끌고 있지요."

팀 티칭 강좌에는 전천수 전 현대자동차 사장, 박상훈 SK㈜ 부사장, 김동필 한화석유화학㈜ 울산공장장, 임경신 ㈜삼양사 울산공장장 등 세계적 경영능력을 지닌 CEO들이 강사로 나서고 있다고 한다. 특히 학부 특성에 따라 주당 1일씩 한 학기 동안 실기수업을 하는 주1일형, 4주 이상 실시하는 장기형, 3학년 수료 후 1년간 실시하는 샌드위치형으로 산업체 현장실습을 학교수업과 병행하고 있다. 기업체 간부로 구성된 산업 교수와 현장 지도강사가 현장에서 교육생의 훈련태도·열성·협동심·판단력 등을 평가하는 덕분에 학생들이 졸업 후 진로를 선택할 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교육역량강화 사업에 울산대는 3년 연속 선정됐다. 2008년에는 10억16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았고 2009년에는 54억70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올해는 교육역량강화사업 우수 대학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으며 51억13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게 된다. 김 총장은 "산학협력 교육 세계 일류화를 목표로 사업을 짜임새 있게 추진해 지방소재 중형그룹(재학생 수 1만명 내외) 대학 가운데 1위를 차지했습니다. 올해 국고지원금은 교육과정 개편, 교육·실습활동 지원, 교육여건 개선에 활용해 대학의 교육역량을 한층 더 강화할 것입니다"고 강조한다.

요즘 디자인이 경쟁력인 시대다. 울산대는 시대에 부응하듯 전문화된 디자인 교육으로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과 한국디자인총연합회가 주관한 제44회 대한민국 디자인전람회(2009년)에서 10개팀의 수상자를 배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디자인학부 프로덕트디자인학을 전공하고 있는 조희웅·박소연 팀은 환경디자인 부문에서 다문화 사회를 위한 열린 공간을 제안한 '공(共)간에서 공(共)존하다'로 전국경제인연합회장상을, 안민희·정의국 팀은 실내디자인 부문에서 물의 파동과 공간의 연속성을 공간화한 '블루골드의 잠재력-W-INNOVATION'으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장상을 수상했다.

"디자인학부와 미술학부에서 실전 위주의 수업을 하는 동시에 학생들에게 미국이나 유럽에서 현장학습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교육이 결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디자인학부는 디자인전람회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미술학부는 졸업작품전에 출품한 63점 가운데 51점을 판매하는 놀라운 실적을 거두었습니다. 엿새간 열린 졸업작품전은 유명 아트페어를 방불케 할 정도로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행됐습니다"

김 총장은 울산대가 울산의 명문대학이지만 서울 유명 대학과의 '학생 맞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지방대학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대를 비롯해 고려대, 숙명여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서울캠퍼스·에리카캠퍼스), 국민대 등 9개 대학과 협정을 맺은 후 학생을 교환하고 학점을 인정해주고 있는 것이다.

2004년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된 후 그동안 843명의 학생이 서울의 대학에서 공부했으며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 학생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울산대는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학생들에게 학기당 100만원의 생활비를 지원해주고 숙식 해결을 위해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에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기숙형 숙소(140명 수용)를 마련해두고 있다. 김 총장은 "학생 맞교환 프로그램은 대학이 특별한 재정확충 없이 서로가 자랑하는 교육프로그램을 활용해 우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획기적인 방안입니다"고 소개한다.

최근 창립된 한국지식재산학회 초대 회장을 맡고 있는 김 총장은 '지식=재산'이라는 개념을 시간이 날 때마다 설파하고 있다. 지식재산학회는 특정 분야를 연구하는 게 아니라 기술·경제·경영·법을 아우르는 융합 학문의 특성을 지닌 지식재산 학술분야와 관련된 문제를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토론한다.

"이제 한 국가가 보유한 지식의 양과 질이 그 나라의 국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단지 지식을 창출해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재산으로 만들고 관리, 부의 창출로 이어지도록 학술적 차원에서 연구를 하기 위해 지식재산학회를 창립했습니다."

"교육은 사람만이 할 수 있고 사람을 길러내는 일"이라고 강조하는 김 총장. 사람 인(人)자를 보면 하나는 기대고 하나는 받치는 형상인데 남에게 기댈 수 있고 또 필요할 때 남을 받쳐줄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도연 총장은…

1952년 서울에서 출생한 그는 서울대를 졸업한 후 프랑스 블레즈-파스칼대에서 공학박사를 받았다. 아주대, 서울대 교수를 거쳐 초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냈으며 2008년 9월 제8대 울산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재료미세조직창의연구단장을 지냈으며 최근 창립된 한국지식재산학회 초대 회장을 맡고 있다.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