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신용등급 추락에 이어 28일(현지시간) 스페인의 신용등급도 한 계단 떨어졌다.
국제 신용평가업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이날 스페인의 저성장세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재정적자 감축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계단 낮춘다고 밝혔다.
S&P는 또 향후 등급 전망도 ‘부정적’이라고 밝혀 추가 신용등급 강등이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S&P는 성명에서 “스페인의 저성장 기조가 당초 전망보다 더 길어지고 재정상태도 취약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10∼2016년 연평균 0.7%로 당초 전망치 1%를 밑돌 것”이라고 지적했다.<관련기사 11면>
전날 그리스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포르투갈이 2계단 추락한 데 이어 이튿날 곧바로 스페인의 신용등급이 강등됨에 따라 이른바 유럽의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가운데 남은 건 이제 이탈리아 뿐이다.
특히 스페인은 그리스, 포르투갈에 비해 훨씬 더 큰 경제 규모여서 신용등급 강등이 유로권 전체의 신뢰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의 선임 외환시장 전략가 윈 신은 분석 메모에서 “스페인은 우리에 갇혀 있는 무게 800파운드의 고릴라”라면서 “그리스와 포르투갈은 작은 나라지만 스페인은 GDP 측면에서 약 5배 크기의 큰 나라”라고 지적했다.
스페인의 GDP 규모는 1조1000억유로로 그리스에 비해 4배, 포르투갈에 비해서는 6배 많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그리스나 포르투갈과 달리 스페인이 채무위기로 휘청이기 시작하면 덩치가 너무 커 구제금융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날 그리스가 투자 부적격인 ‘정크본드’ 수준으로, 포르투갈은 2계간 신용등급이 추락한 데 이어 곧바로 스페인으로 불똥이 튀면서 유로권 전체의 신뢰도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리스 지원 문제를 놓고 유로권 최대 경제국 독일과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간 조율이 매끄럽지 않아 유럽이 최대 조정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AP통신은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 애널리스트 자크 캘루스의 말을 인용해 독일 의회가 그리스에 대한 지원을 승인할 때까지 시장은 유럽연합(EU)과 IMF가 그리스 사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는 점에 “대단히 회의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dympna@fnnews.com송경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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